법질서 준수는 사회적 자본이다
법질서 준수는 사회적 자본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4.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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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제천경찰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따지면 전 세계 68개 주요국 중에서 10위라고 한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19개 선진국 대열과의 격차는 크다. 법질서 준수의식은 28위, 상생적 노사관계는 51위로 오히려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법질서 준수의식과 노사관계 등 사회질서의 불안정이 전체 평균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는 사회적 자본과 동일한 개념으로, 유형의 인프라와 무형의 인프라로 나누어지는데 사회질서는 무형의 인프라에 속한다. 선진국의 기준은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규모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요소의 전체적 평가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바로 무형의 인프라다. 석유왕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7만 달러에 달하는 버뮤다를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형의 인프라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자본 중에서 도로와 항만 등 유형의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은 줄고 법질서 준수율과 같은 무형의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유형의 인프라는 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무형의 인프라는 돈과 자원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국가들이 내재적 선진화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법질서 준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미묘한 국제관계의 중심에 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무형의 인프라가 아우르는 범위는 넓다. 교육과 금융제도 역시 이 범위에 포함되지만, 사회적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법질서 준수 의식보다 크지 않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과 자본주의의 동맥이라는 금융의 흐름 전체를 합친 것보다 법질서 준수의식이 무형의 인프라로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가 오로지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다.
언론도 교육과 금융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중을 두지만 정작 중요시 되어야 할 법질서 의식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 또한 법질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나하나 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과 결과에 의해 과정이 평가되는 문화적 도치가 무분별이다.
교통 단속 현장에서 핏대를 세워서라도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상이다. 사실은 자신의 몰염치를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위기의 모면이 그 몰염치를 정당화 시킨다.
“우선 나부터”라는 준법에 대한 자의식의 실천과 결과보다 정당한 과정이 더 대우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무형의 인프라이고 국가 경쟁력이며 반도국의 한계를 극복하는 생존전략인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된 사람’으로 평가하지 않듯이 경제규모만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부자보다 성격 좋은 사람이 친구가 많듯이 사회질서가 안정된 나라가 선진국 자격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질서 의식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멋진 옷을 차려입은 신사가(경제규모 세계 10위) 여럿이 이용하는 지하철(유형의 인프라) 안에서 가래침(무형의 인프라)을 뱉는 격이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실제모습이라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혼자 타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도 가래침을 뱉지 않는 것 그것이 선진국의 기준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