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슈] 평야의 무법자 ‘토네이도’…왜·어떻게 생기나
[날씨이슈] 평야의 무법자 ‘토네이도’…왜·어떻게 생기나
  • 온케이웨더
  • 승인 2013.05.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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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공기 ↑·찬공기 ↓ 국면서 발생…북미선 공포의 기상재해
 
해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거대한 소용돌이 현상인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 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오클라호마를 강타해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특히 오클라호마 외곽의 도시 모어에서는 토네이도로 주택은 물론 병원과 학교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이곳은 지난 1999년과 2003년에도 토네이도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약 45분간 오클라호마를 휩쓸며 지나간 이번 토네이도의 폭은 3.2㎞로 축구장 22개를 일렬로 세운 것보다 범위가 더 넓었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의 기상전문가인 데이브 헤넨은 “이번 토네이도는 미국에서 발생한 역대 폭풍 중 가장 강력한 것들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 지난 20일 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오클라호마를 강타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구조 활동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모습. ⓒ 플리커
 
일반적으로 토네이도의 강도를 나타날 때는 토네이도에 의한 피해를 기준으로 정한 후지타(EF) 규모가 쓰이며, 풍속과 세기에 따라 토네이도를 0에서 5까지 6개 등급으로 나누기도 한다.
 
미 국립기상국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의 풍속은 시속 320km 이상으로 규모면에서 토네이도 6등급 중 최고 수준인 ‘EF5’에 속한다. 이에 따른 피해 정도는 지난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수백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 28일에는 폭풍 추적 전문가와 영상 제작자로 구성된 토네이도 추적팀이 토네이도를 발견하고 회오리의 중심부로 진입해 촬영에 성공한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화면에 담긴 토네이도는 후지타(EF) 규모 3~4등급으로 평가됐다. <표 참조>
 
▲ 토네이도 등급 <자료 = 미국 폭풍예보센터(SPC)>
 
토네이도가 미국에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북미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사람들에게 토네이도는 공포의 기상재해로 꼽힌다. 토네이도가 어떻게 생기는지, 또 강도에 따라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 토네이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상승기류로 생기는 토네이도, 미국에선 봄철 발생빈도 높아
 
북미지역 내 산맥은 아시아의 히말라야 산맥이나 유럽의 알프스 산맥처럼 동서로 길게 뻗은 것이 아니라 남북으로 놓여 있다. 또 중앙부에 거대한 평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때문에 캐나다 등 고위도 지방에서 복사냉각에 의해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덩어리와 멕시코만에서 만들어진 따뜻하고 습한 공기덩어리가 아무런 방해 없이 강하게 충돌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충돌하게 되면 따뜻한 공기(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는 상층으로, 찬 공기는 지표부근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에 따라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상공에서 따뜻한 공기가 냉각되면서 슈퍼셀(supercell)이라 불리는 대규모 적란운이 만들어진다. 적란운 내부에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깔때기 모양으로 지표에 내려온다. 이때 지표에 따뜻한 공기가 남아 있으면 이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는 형태로 강한 상승기류인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토네이도의 발생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적란운의 반지름은 작고 발생하는 시간도 매우 짧기 때문에 기상관측기구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압, 풍속 등의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발생 과정이나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생기는 원리 등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지난 2010년 10월 5일, 미국 오클라호마 부근에서 후지타 규모 F5에 해당하는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 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
 
한편 토네이도의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경우 봄철에는 발생빈도가 높은 반면 겨울철에는 발생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에는 하루 평균 6개 정도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반면 12월과 1월에는 하루에 평균 0.5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모양·크기 다양…주로 밤에 북미지역 평야서 발생
 
토네이도는 파괴력이 강하고 피해도 크지만 매우 국지적인 현상이다. 발생하고 나서 불과 15분 만에 사라지기도 해 기상자료를 얻는데 어려움이 많다. 토네이도는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 형성되며 보통 밤에 평야에서 발생한다.
 
토네이도의 모양과 크기는 다양하지만, 보통 깔때기 모양이며 지름은 평균 150~600m이고 시속 40~80km의 속도로 이동한다. 토네이도는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아 평균 진로 길이는 10km에 불과하다. 약한 토네이도의 경우 진로 길이는 1km를 넘지 않지만 수명이 긴 강력한 토네이도의 경우 최대 풍속은 시속 500km 이상, 수백km 이상 되는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기도 한다.
 
미국서 토네이도가 잦은 이유?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일단 하층은 고기압이 정체해 토네이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산맥 등의 지형지물이 많으면 높낮이에 따라 기압 차가 생겨 바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평야가 발달한 경우에는 하층에 고기압이 정체돼 안정된 상태를 갖춰 토네이도가 발달하기 쉽다. 미국에서는 로키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대륙성 한랭기단과 멕시코 만에서 넘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해양성 기단이 지형적 장벽이 없는 미국의 대평원에서 만나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
 
우리나라 동해, 바다의 토네이도 ‘용오름’ 발생하기도
 
▲ 2012년 10월 11일 오전 7시 10부터 7시 25분까지 울릉도 북동쪽으로 3~4km 떨어진 해상에서 2개의 용오름이 동시에 발생했다. ⓒ울릉도기상대 제공
 
산지가 많은 지형인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토네이도가 잘 발달하지 못한다. 반면 바다에서는 토네이도의 일종인 용오름 현상이 발생한다. 용오름은 넓은 수면 상공에서 발생하는 회전 공기 기둥으로 여름철 따뜻한 수면 상공에서 발생한다. 모습이 꼭 용이 승천하는 모양 같다고 하여 용오름이라 불리게 되었다. 용오름은 보통 지름이 100m 이하에다 풍속도 초속 25m 이하로 일반적인 토네이도보다 규모가 작고 파괴력도 약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에서 용오름이 매년 수차례씩 발생한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용오름이 관측되지 않았다. 지난해엔 10월 11일 울릉도 북동쪽으로 3~4km 떨어진 해상에서 2개의 용오름이 동시에 발생했다. 재작년에도 같은 날 용오름이 관측되면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