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가 자취 감췄다”
“한반도 대운하가 자취 감췄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3.2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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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추진 문제 신중한 모습 보이더니 총선 공약서 빠져
여-애써 감추기, 야-총선으로 몰기

4.9 총선 한나라당 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강재섭 대표나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대운하 추진 문제를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자체를 빼 버린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재검토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빼 버린 것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가려는 일종의 ‘작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검토 운운하는 것 역시 총선에서 대운하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아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해서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운하 프로젝트는 이미 청와대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를 검증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총선 검증은 무슨...청와대서 대운하 준비
청와대를 끌어들여 대운하가 이미 국민 검증을 거쳤으니, 이번 총선에서 재검증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지난 25일 자택에서 출마의 변을 내놓으며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대통령께서 수차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며 “운하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며 정당성을 앞서 주장해 왔던 이 전 위원의 발언은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의 회피성으로 읽힌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에 출마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공공연히 대운하 반대를 선언하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총선 이후에는 다시 예전의 전도사로 돌아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당이 애써 대운하를 감추려는 사이 정부부처에서도 대운하에 대한 논의는 물론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직제를 개편하면서 운하지원팀을 만들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곳이다.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에 따르면, 국토부 운하지원팀은 운하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 법률, 예산검토를 하고 있고, 환경부 이만의 장관은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완화해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것 때문인지,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는지, 24일 부산에서 있었던 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토부는 대운하 관련 내용을 쏙 뺀 채 보고를 했다.
주무부처와 한나라당이 대운하에 대해 일종의 혼란 섞인 발언을 내놓는 사이 시민단체는 물론 야당에서도 포문을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애써 감추려 하고, 반대로 야당은 이번 총선을 대운하 총선으로 몰고 가려는 듯 연일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여야가 뒤바뀐 셈이다.
◇야당은 들춰내고, 여당은 감추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26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의 대운하 공약 ‘원점 재검토’ 발언에 대해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었는데 총선을 앞두고 (공약에서) 슬그머니 빼더니 이제는 당 대표가 안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서 “공약에서 슬그머니 빼고 개인발언으로 안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속임수 정치’”라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민주당 최성,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진보신당 심상정 의원은 26일 오후 ‘경부운하 저지를 위한 초당적 실천연대’를 결성, 대운하 예정지인 고양시 덕양구 행주나루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쟁점화 될 조짐을 보이자 공약에서 제외시켰지만, 야권은 이와 관계없이 대운하 반대 연대를 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최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주역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강재섭 대표가 총선에서 불리해지자 ‘안 할 수도 있다’거나 ‘총선 공약과는 무관하다’는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임종석 등 민주당 의원 46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민주당 한반도대운하 저지 국회의원후보 모임’을 발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