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나라당 내홍에 ‘거리두기’
청와대, 한나라당 내홍에 ‘거리두기’
  • 신아일보
  • 승인 2008.03.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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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 용퇴 거부하자 ‘이심(李心)’ 향배 관심 집중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25일 결국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파동’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해왔던 청와대는 표면적으로 한나라당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관망하는 모습이다.
‘형님 공천’이란 당 안팎의 압박을 받던 이 부의장과 ‘이상득·이재오 동반 불출마설’ 유포자로 지목돼 곤욕을 치른 이 의원이 끝내 용퇴를 거부하자 ‘이심(李心)’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된 점도 청와대 측의 운신 폭을 좁혔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베일에 가려지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독대를 요청한 것인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을 불러들인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들여 “이 부의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요지로 호통을 쳤다는 후문과 , 이 의원이 독대를 요청해 ‘동반불출마’ 카드를 꺼내며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소문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독대 대화 내용 일부라도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일체 그 일에 대해 못 들었다. 두 분이 얘기하신 대화 내용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이 와중에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자택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통령과 나눈 얘기를 공개할 수 없지만 총선 전반에 걸친 지역별 특성과 전체적인 선거 상황을 얘기했다”고 말해,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청와대 측이 함구하고 있는데도 보란듯이 독대 대화 내용의 큰 틀을 유추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총선 개입설’로 홍역을 치른 이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의 선거중립을 명확히 지시한 터라 청와대의 입장은 이래저래 곤혹스럽게 됐다.
이 의원은 이 부의장과의 동반사퇴를 건의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의장을 쳐 낸 뒤 전당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당권을 잡으리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이 ‘이 부의장 용퇴’를 배후 조종하지 않았다고 ‘펄쩍’ 뛰면서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최측근인 모 의원이 주모자로 지목됐다.
정권 창출 공신인데도 불구하고 내각 인선과 공천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생각에 ‘대통령의 형’을 미끼로 이 대통령과 최측근인 이 의원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진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이 이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청와대 측은 “정치적인 문제는 당이 책임 지고 당이 해결하는 게 온당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