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내다버린 공직의식
길바닥에 내다버린 공직의식
  • 신아일보
  • 승인 2008.03.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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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血稅)를 아까운줄 모르는 공직자들의 버릇이 여전 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절약을 강조하기에 뭐가 달라질줄 알았다. 그런데도 그게 아니었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계동 옛 해양수산부 건물 옆을 지나던 시민들은 참으로 어의가 없고 기가 막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건물 옆 도로에 얼핏 보기에는 멀쩡한 사무용의자 책상 냉장고 탁자 소파 상자와 서류 뭉치가 뒤죽박죽으로 쌓여있었다.
어느 회사가 임대료를 못내 사무실에서 쫓겨난 것일까. 사정이 얼마나 급했기에 얼마든지 재활용 하거나 제 값을 받고 팔수 있는 물건들을 이렇게 내다 버렸을까 딱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멀쩡한 가구와 집기를 내다버린 이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해양부 업무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 식품부로 넘어가자 공무원들이 몸만 빠져나오고 새로 이사 온 보건복지가족부는 해양부 사무집기를 밖으로 쓸어다 버린 것이다.
며칠 전까지 쓰던 물건들이다. 대부분이 멀쩡했다. 구입한지가 2년도 안될 집기가 드물지 않았지만 설령 자기 집 물건이라면 그랬을까 싶다.
평범한 국민들은 새 가구를 들여와 한가구를 내놓은 경우에도 이렇듯 함부로 내다 버리지는 못 한다. 물건들은 언론 보도가 잇는 뒤 22일 오후에야 급히 창고로 옮겨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버리려던 게 아니라 부처협의를 거쳐 재할용하거나 가져다 쓰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가구와 집기를 보면 재활용 하기위해 내놨다는 설명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설사 재활용 하겠다는 말은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장만한 물건들을 국민들이 보는 길바닥에 팽개쳐서야 되겠는가.
공무원들이 국민세금을 알기를 우습게 알고 나라재산 다루기를 헌신짝처럼 다루는한 예산 절감은 요원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 낭비를 줄여라’는 말은 셀 수 없이 한다. 과거 정부의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 하면서 ‘국민의 세금은 1원도 소중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집기투기 사건은 행정 현장의 ‘세금 쓰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새 정부 들어서도 여전함을 보여 준다.
세금은 흥청망청 써도 되는 눈 먼 돈이 아니다. 국민의 피와 땀 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