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천 내분 권력 투쟁 양상
한, 공천 내분 권력 투쟁 양상
  • 신아일보
  • 승인 2008.03.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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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계 간 대립에 이어 친이계 내부 대립
이상득 불출마 놓고 ‘친 MB계 파워게임’ 본격화

4.9 총선 후보 등록을 앞둔 24일 한나라당이 공천 내분 사태가 당내 권력 투쟁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 화합과 총선에서의 안정의석 확보를 위한 수습책을 놓고 고심중이다.
친이계(親 이명박)와 친박계(親 박근혜) 간 대립에 이어 친이계 내부 대립까지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은 격렬한 권력 투쟁의 혼란에 빠졌다.
특히 친이계 내부에서 민심 이반 현상을 반전시킬 카드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들고 나오면서 이재오-이상득 간 파워게임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초 이 부의장의 불출마 촉구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이었다. 남 의원은 지난 21일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고 있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이상득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며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당시 남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 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만 설명했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 요구가 불거진 것은 이틀 뒤인 23일. 박근혜 전 대표가 당 공천에 대해 “나도 속았고, 국민들도 속았다"고 불만을 쏟아낸 데 이어 공성진 박찬숙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측 공천자들이 이 부의장에 대한 불출마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내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부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의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4명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부산·경남과 충·남북, 광주·전북 등 지역까지 확대되면서 모두 5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들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들은 대부분 범이명박계로 분류되며 이 가운데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 ‘이재오 계' 의원과 정태근, 송태영, 안경률 의원 등 ‘이명박 직계'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이재오계와 이명박 직계에서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종용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우려해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7시께 총선 불출마 카드를 내밀며 공천 내홍 사태를 진화하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강 대표는 “공천에 대해서는 내가 희생하고,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니 이것으로 다 끝내고 나머지는 결정된 대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이 부의장과 함께 동반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일단 이재오 의원측은 전날인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동반 불출마를 건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이상득 의원 역시 불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여부를 놓고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이재오-이상득 간의 친이계 내분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사태가 간단히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 내분 해결의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이 대통령이 민심이반 현상을 돌파할 카드로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한편 청와대는 그동안 총선 및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된 일체의 언급을 삼가해왔다. “당내 공천 문제는 어디까지나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