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시대 맞는 역할 찾아야”
“여성부, 시대 맞는 역할 찾아야”
  • 신아일보
  • 승인 2008.03.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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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과거의 역할에 한정되어 한계 가지면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전통적인 관례, 전통적인 여성부의 초기 역할에서 벗어나서 한 단계 높은 여성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여성부의 역할 재설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화문 여성부청사에서 여성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역할이 ‘플러스’ 되는, 시대에 맞는 역할을 찾아야 하고, 그게 뭔지는 여러분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초기 단계의 여성운동은 짧은 시간 안에 사회 관념을 바꾸는 것을 계속해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10년 동안에도 그렇게 하면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지위 향상, 양성평등 등 성 인지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도 해야 하지만 여성부가 보다 구석구석, 여성부답게 여성들의 취약한 부분에 알뜰하게 관심을 가져 달라”며 “여성들 중에 ‘그런 걸 왜 여성들이 해야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도 해야 할 업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여러 부처에서 일어난 여성 관련 업무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부가 작다. 예산이 작다’고 자책할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에서 무엇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실질적으로 여성을 위해 할 일이 뭔지 찾아내야 한다”며 “과거의 역할에 한정되어 한계를 가지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여성부는 인원도 적고 예산도 적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꼭 예산을 많이 갖고 자신이 직접 집행해야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잘 알겠지만 여성부가 존속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가운데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이 줄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이었다.
또 “중앙부서는 집행부서가 아니다. 직접 일 하는 건 중앙부서가 할 일이 아니다. 집행은 시.도에 시키는 게 맞다”고 강조하던 이 대통령은 “여성부 뿐 아니라 노동부, 보건복지부 모든 분야의 중앙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직접 할 일과 민간이 할 역할, 시도, 지자체가 할 역할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앙 부서가 직접 하려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지자체와 이중이 되서 굉장히 낭비가 되고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커버하는 건 힘드니까 여성부가 총괄적인 역할을 해 주길 부탁한다”며 “여성부가 고유의 업무를 단독으로 하기 보다는 모든 부처와 함께, 모든 부처의 사고를 바꿔 나가는, 감시나 격려 차원에서 정책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서울시장 재임 시절 다양한 여성 정책으로 중앙 부처에서 표창을 받았던 일화, 민간기업 CEO 시절 주부들을 교육시켜 재취업시켰던 일화를 소개했다.
“대통령이 온다고 하니까 여러분들, ‘여성부를 없애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뭐라고 할까 걱정하고 있을 텐데”라고 운을 뗀 이 대통령은 “나는 사실 서울시장 때도 ‘대한민국에서 소위 여성 인지 활동을 가장 잘 했다’고 표창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정부에서 임기 중에 4번 정도 최고상을 받았는데 내가 잘 한 게 아니라 중앙에서 원체 (여성 관련 업무에) 관심이 없더라. 조금 했는데도 제일 잘 했다고 하는 걸 봐선 아직도 중앙부처에 남성 우위 사상이 뿌리 깊다”고 우려했다.
곧이어 “민간기업에 있을 때도 오랫동안 직장을 떠났던 주부들이 돌아올 수 있는 첫 케이스를 내가 만들었다”면서 “전문직 주부들을 재교육시켜서 공식사원으로 채용했는데, 당시 (주부들을) 판매직이나 영업직 등 임시로 고용하는데가 많았는데 (우리는) 정식으로 지원을 해서 고용한 첫 케이스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던지 양성평등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거둔 나라”라며 “전통적인 6.25적 사상에서 ‘남성 우위’라는 오랜 전통 속에 살아왔지만 짧은 시간 안에 여성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가 향상됐고 한국 여성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여성은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남성과 비교해서 어떤 일은 여성이 잘 하고 어떤 일은 남성이 잘 한다는 편협한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며 “내가 딸 셋에 아들 하나를 키워 보니 여자애들이 활발하고 활동이 강하지, 남자는 꼼짝을 못하더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