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北 핵·경제, 불가능"
朴대통령 "北 핵·경제, 불가능"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5.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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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과 면담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설명했다. 이에 반 사무총장도 지지를 표명하고 역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발전에 대해 "양립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며 올바른 길을 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 및 범세계적 이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유엔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책임있는 중견국으로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 증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하고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성명도 발표해주시고 큰 힘이 돼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반 사무총장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서는 핵도 보유하면서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병진노선을 걸으려고 하는데 그건 사실 양립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며 "(북한이) 자꾸 반대 길로 가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관해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고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하지만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 지원도 하고 협력해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도록 최대한 힘쓰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해서는 "저도 주민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투명하게 지원해나가려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가의 빈곤퇴치 문제와 관련해 "새마을운동은 한국에서 빈곤을 퇴치하는 데 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며 유엔과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말에 반 사무총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반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려는데 여러 가지 많이 제약이 되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 당국에 대해 그러한 우를 범하지 말라고 제가 경고도 하고 권고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게 "원칙에 입각한 확고한 태도를 취하고, 그 과정에서 절제된 대응을 하신 데 대해 국제사회가 상당히 평가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비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저와 만났을 때 '박 대통령이나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같이 협조해나가겠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개발해나가는 점이 좀 다른 점이기 때문에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반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와 관련해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정치나 인도적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특히 북한 아동 5살 미만의 30% 이상이 발육부진이다. 통일됐을 때 한국에 큰 부담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남수단, 레바논, 아이티 등에 군부대를 파견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밝힌 것과 함께 여성경찰 인력의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은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창출을 위한 협조와 포스트2015 지속가능개발목표 설정 등에 대한 한·유엔 간 협력 강화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포스트2015 지속가능개발목표는 2000년 도입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 시한인 2015년을 앞두고 새로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반 사무총장 면담은 2009년 8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원 등을 위한 특사로 유럽 방문 당시 비엔나에서 면담한 이래 3년 반여만이다. 반 사무총장은 또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 당선과 지난 2월 대통령 취임 등을 계기로 박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한 바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 면담 직후 반 사무총장과 함께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70명과 만남을 갖고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만남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오늘의 발전이 있기까지는 국민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그동안의 우리 성공 경험을 전 세계와 나누고 공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 사무총장은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예정돼있는 점을 들어 "우리 모두에게 확고한 지도력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시는 계기"라며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조화의 메시지를 주실 수 있는 정상회담이 되길 기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격려방문에는 반 사무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를 비롯해 김원수 변화이행담당 사무차장보, 강경화 긴급구호조정담당 사무차장보 등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 직원 70명이 함께 참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방명록에 '대한민국은 더 한층 번영되고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유엔과 항상 같은 편에 설 것(The Republic of Korea will always stand side by side with the UN to promote a more prosperous, happier global community 2013. 5. 6 박근혜 Park Geun Hye)'이라는 내용의 글을 영어로 남겼다.

또 반 사무총장은 집무실 앞 엘리베이터까지 나와서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날 유엔본부 앞에는 박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100여명의 교민들이 모여 '사랑해요, 박근혜. 제2의 한강의 기적을'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채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