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공직자는 ‘머슴’”
李 대통령 “공직자는 ‘머슴’”
  • 신아일보
  • 승인 2008.03.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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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 봉사정신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
“공직자 감원·봉급 걱정 있느냐”…기강 잡기 시동?
과천정부청사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서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첫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 쉽게 말하면 ‘머슴'”이라며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을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중수 경제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긴 것에 대해 “‘앞으로 공직사회 5년이 늘 이런 거 아닌가' 하겠지만 그럴 필요 없다"면서 “말은 머슴이라고 했지만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나 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라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고위직 공무원일 수록 안정된 지위에 안주하지 말고 생활고에 눈물 짓는 국민들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이 어렵고 일자리가 없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되서 한숨 짓고 있을 때 우리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일하고 있나"라며 “국민들이 힘들어도 여러분의 봉급은 나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재부 간부들에게 얘기하는데"라고 운을 뗀 이 대통령은 “재정에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고, 이렇게 된들 여러분에게 오는 게 뭐냐. 감원이 되나 봉급이 안 나올 염려가 있나. 출퇴근 하면 된다. 모든 신분이 보장돼 있어서 위기나 위기 아닐 때나 같은 자세"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1조가 들어갈 사업에 2조, 3조가 들어가도 책임 질 사람이 없다. 불안해 할 사람도 없다"면서 “이런 정신으로 세계가 경쟁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권에서는 국민이 아파하는 것을 더 아파하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면서 “부도나면 어쩌나, 회사가 파산하면 어쩌나, 종업원들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하나 이런 심정으로 일 해야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아울러 “기재부 공직자들은 대한민국 경제를 아주 거시적으로 보면서도 ‘마이크로'하게 보면서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정말 국민이 아파하는 것을 여러분이 체감해야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륜을 존중하되 참고만 하고 과거의 관습과 낡은 생각을 벗어나야 작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일 하는 동안 관습에 젖을 수 있는데 여기 계신 1급 이상 공직자들은 오랜 업무에 숙달돼 있고 나름 능력과 경륜을 갖췄다"면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가진 관습과 경험에 의존해서 내일을 살아가는 것인데 (그러면) 발전이 없다. 매우 위험하다. 경륜은 참고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커피를 손수 따라 마시고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했으며 참석자들에게도 “체면 차리지 말고 먹으라"며 일일이 샌드위치를 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