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념, 순수한 스포츠정신 ‘얼룩’
정치적 이념, 순수한 스포츠정신 ‘얼룩’
  • 신아일보
  • 승인 2008.03.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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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 열 사장
“스포츠는 룰이 중요하다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평양에서경기를 하는 게 최선이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 아시아 3차 예선 남북 경기와 관련해 북측이 비합리적인 행태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TA 피파) 의 중재로 장소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하게됐다. 이는 북한이 축구를 순수한 스포츠가 아닌 정치적인 파워 게임의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북한은 그동안 몇 차례 실무 접촉에서 ‘공화국 사상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응원단 입국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우리 측은 국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참가국 국기를 걸고 양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되어야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하고 대신 ‘한반도 기와 아리랑을 쓰자’고 고집하고 있으니 이는 우선 피파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피파의 월드컵 예선 규정은 ‘참가국 국기를 경기장에 게양 하고 선수들이 입장한 뒤 국가를 연주 한다’고 피파 규정 제22조에 명시되어 있다. 북측은 자국 경기장에 태극기를 달고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6.15공동 선언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선경기가 아니라 국가 대표팀 사이의 공식 경기(A매치)인 이번 시합에 그릇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정치적 고려와 북한주민들의 정서에 미칠 영향을 감안 한다면 더 큰 문제다.
그렇다면 협상이 결렬된 지난달 26일 사상 첫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공연은 어떻게 봐야 할까?
문화 외교라면 성조기와 미국 국가는 허용하면서 스포츠경기를 위한 태극기와 애국가는 안 된다는 북한의 이중 적 잣대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
북한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압도적인 응원을 업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이점까지 포기했다.
대한 축구협회는 협상이 결렬되자 피파의 중재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제3국 개최나 북한의 몰수 패 선언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지만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북한의 입장 변화다.
2005년 8월 전주에서 동아시아 대회 2차전 남북 경기 때도 북한 국기를 게양 하고 국가를 연주한 전례도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남쪽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도 북한 국기와 국가가 등장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위해 예선전에 참가했다면 피파 규정을 따라야한다.
상하이 개최 결정 6월 서울 경기 때도 북한 국기·국가 문제가 논란 이 될 듯 하다. 피파는 월드컵 예선 구정에 명시된 국기·국가 문제를 끝내 관철시키지 못 한 채 북한의 정치적 논란에 타협안을 내놓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최종 예선에서 다시 북한과 만날 경우 되풀이 될 선례를 남겼다. 오는 6월 2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북한과의 3차 예선 홈경기에선 북한기와 국가 연주가 또 다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북한과의 경기를 20여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선 상하이 개최가 그나마 한국에게 차선책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김일성종합경기장의 인조 잔디보다는 한국 팀으로서 보다 익숙한 천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또한 우리에게는 경기장을 가득 매운 북한 주민 응원단에 선수들이 압도당할 염려도 없어졌다.
반면 붉은악마 응원단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국호를 외치는 응원은 가능해졌다. 게다가 상하이는 국내기업이 많이 진출해있어 한국응원단 규모가 북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편이 편리해 해외파 선수들의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피파는 홈경기를 그대로 평양에서 치러야한다는 원칙으로 설득에 나섰지만 북한 측은 애국가와 태극기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위해 예선전에 참가했다면 피파규정을 따라야한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유엔 인권 이사회에서 한국이 북한인권 상항개선을 촉구한데 대해 ‘남조선 보수집권 세력의 극악한 망언’ 이라면서 반발했다.
6.15공동 선언과 10.4선언은 거론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우리민족끼리라는 기본 이념을 거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드컵 축구 3차전을 앞두고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에 딴전을 벌이는 북한이 우리끼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뿐 아니다. 지난 1월에는 한나라당의 재집권 책동이 남북 관계를 대결로 돌려세우는 이 땅에 전쟁의 참화를 몰아 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선동까지 하였다.
국제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외교 예의를 남쪽에도 갖추어야한다. 같은 민족끼리 외치던 핵 폐기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리한 요구만 늘어놓은 태도로는 남쪽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음 깨달아야한다.
평양 한복판에서 사상 처음으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미국 국가를 연주하고 북한 TV는 이를 생중계했다.
북한은 피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말이다. 성조기는 되고 태극기는 안 된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북한은 좀더 넓은 시야를 갖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