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 극복을 위한 과거로부터의 교훈
난국 극복을 위한 과거로부터의 교훈
  • 신아일보
  • 승인 2008.02.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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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순천시 경제환경국장
“얘야 연탄불 좀 갈아라. 구멍은 세 개만 맞춰" 열아홉 개의 구멍이 뚫려있는 19공탄, 그 열아홉 개의 구멍 중에 세 개만 위아래가 맞게 밑불 위에 새 연탄을 올려놓으라는 게 어머니의 주문이었다. 겨울이면 늘 그러셨다.
위아래 연탄구멍이 잘 맞춰져 있으면 탄불이 빨리 타서 새벽녘에는 불이 꺼져 버렸고 그렇게 되면 아침부터 이웃집에 불을 빌리러 다녀야 했다.
연탄불이 없으면 방이 냉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밥을 지을 수가 없었다. 불은 늘 귀했다.
불 마개를 실수라도 해서 안 닫아 놓으면 연탄은 금새 타버려 다 탄불이 아까워서 어머니로부터 등짝을 한대 더 맞아야 했다.
그래서 연탄불을 늘 꺼질 듯 말듯하게 해 놓았으니 방안 공기가 차서 머리맡 대접의 물은 얼어붙기 일쑤였고, 집이 추운 것도 추운거지만 옷도 요즘처럼 기능성이 떨어진 무명옷이 대부분이어서 보온성이 형편없었다.
겨울 솜이불은 두껍기만 했지 어깨 쪽이 들떠서 누군가 들썩거리기라도 하면 찬 공기가 안쪽까지 파고 들었던 그 시절의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런데 우리 안방이나 가로등의 전깃불 100개중 40개가 원자력 발전으로 켜지는 지금, 연탄 때던 그 시절을 아련히 떠올리는 것은 손가락, 발가락을 동여매는 듯한 동장군의 기억이 어디엔가 남아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도로 곳곳마다 차량들로 넘쳐나고, 목욕탕마다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넘쳐흐른다.
연탄 한 장 값이면 승용차가 2㎞ 남짓 달릴 수 있다. 하루 40㎞를 운행하는 사람이면 연탄 스무 장을 태워 버린 셈이다.
하루에 연탄 석장, 연탄 300장이면 한 가족이 추운 겨울을 걱정없이 날 수 있었다.
이제는 서울서 광주나 부산을 가는데 그만큼의 에너지를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 대접이 얼어붙던 윗목이 없어진 아파트에선 한 겨울에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사는가하면 뜨거운 물이 언제나 쏟아진다.
공항마다 움직이는 길이 깔려 있고, 건물마다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가 지천이다.
도시를 밝히고 있는 가로등은 불야성을 이루고 대낮에도 휘황찬란한 빛을 쏟아내는 전광판은 네온사인을 금지했던 시절을 비웃고 있다.
추운 겨울 연탄불을 아끼던 절약정신은 물질의 풍요로움과 함께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풍요롭고 화려하다. 하지만 정말 걱정이다.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주 서부 텍사스 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4.7%를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 1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의 가격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도 사상 최고치 수준의 강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이에 편승하여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와 밀, 콩,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값이 치솟으면서 유가 및 원자재가의 상승은
“지자체나 기업, 국민 모두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대한 관심 가져야”

국내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자장면 등 음식값이 오른데 이어 라면, 주스류 등 식·음료품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다른 제품도 가격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교통비나 난방비등 서민 생계비 압박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 서민들의 고통이 커졌고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지속되고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일자리 만들기도 지지부진해질 위험성이 높다.
비록 유가 상승이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무절제한 에너지 낭비가 지속된다면 물가 폭등, 대규모 국제 수지 적자, 경제 성장률 정체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이런 때 일수록 정부와 지자체, 기업, 국민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고유가, 원자재 인상 등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부에서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연구를 위한 지원과 배려, 그리고 부족한 자원을 무리 없이 확보해 국내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지원 외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지자체나 기업, 국민 모두가 에너지의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해법 찾기에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