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돈 끌어 모으고 있다
SK그룹, 돈 끌어 모으고 있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2.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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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계열사 상장 등 4조 넘는 자금 조달 전망
차입·계열사 상장 등 4조 넘는 자금 조달 전망
관계자 “해외 기업 M&A용일 가능성이 높다” 지적

SK그룹이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장단기 차입과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될 전망이다.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SK그룹이 이렇게 공격적인 조달전략을 펼치는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재원 마련, 지주회사 체제 매듭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SK그룹의 자금 조달은 SK텔레콤,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 핵심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SK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 있는 SK C&C도 상장을 통해 조단위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우선 단기성 자금인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 조달이 눈길을 끈다. 2월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CP 잔액은 49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600억원에 불과했다.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의 CP도 각각 7000억원씩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지난해 연말 잔액은 각각 1000억원, 4326억원.
2개월여만에 무려 1조3000억원 가까이 CP가 늘어난 셈이다. 1월에 급하게 늘어난 이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기성 자금인 회사채도 대폭 늘었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내달 3일 4000억원을 발행한다. 만기는 7년과 10년이며 발행규모는 각각 2000억원이다. 한회 차 발행량으로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또 SKT는 3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하기 위해 시장에 태핑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에너지도 28일 3000억원 규모로 장기물 원화채권을 발행한다. 만기는 5년과 7년 두 종류로 각각 국고채 5년수익률에 55bp와 62bp를 가산한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6일에도 SK에너지는 3000억원 규모의 원화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5년짜리 1200억원의 발행금리는 6.00%였다.
지분 거래를 통한 자금 확보도 관심을 끈다. SK네트웍스는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을 팔아서 21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초 SK네트웍스는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키로 결정, 하나I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품 구조를 만들었다.
아울러 SK그룹은 은행권 차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산업은행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투자은행(IB)를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 차입을 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SK C&C의 상장이 이뤄질 경우 공모 방식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5000억~1조원 가량의 자금이 그룹으로 유입될 것으로 업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SK그룹이 추진 중인 자금 조달에 모두 성공할 경우 올들어서만 무려 4조~5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SK그룹의 자금 흐름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07년 9월말 현재 SK텔레콤의 차입금은 2조9295억원으로 감소했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1조623억원에 달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차입금의 만기도 2027년까지 장기 분산되어 있어 매우 우수한 차입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S K에너지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약 4조1650억원으로 현금창출력과 현금유동성(5442억원), 추가적인 담보여력 및 여신한도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및 재무융통성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SK그룹측은 이와 관련 회사의 자금 운용 전략의 일환으로 크게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 추세에 있기 때문에 회사채 만기 돌아오는 것을 금리가 낮은 CP로 일부 차환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돌고 있는 M&A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SK네트웍스의 경우 올 상반기로 예정된 상환우선주 329만주(2882억원)의 상환을 위한 자금 소요가 적지않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3월 SK네트웍스는 상환우선주 800만여주 가운데 일부를 상환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M&A 설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돈을 끌어모은 것은 해외 기업에 대한 M&A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성공한 SK텔레콤은 지난해 미국의 대형 무선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 매입을 시도했고, 미국 인터넷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에너지도 대규모 해외 M&A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금융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