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이 들려준 北-美 화해의 선율
뉴욕 필이 들려준 北-美 화해의 선율
  • 신아일보
  • 승인 2008.02.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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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윌 비유어 가이드 투데이(I will be your guide today)’ 25일 눈이 내리는 평양 순안공항.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하 뉴욕 필)를 환영하러 나온 송석환 문화성 부상 겸 조선예술가협회 회장이 영어로 인사를 건냈다.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동평양 대극장에서 서방 오케스트라 단원 105명은 첫 공연을 가졌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역사 한장으로 기록 될만하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일대 ‘사변’이다. 북한 존립 근거의 양대 측은 ‘반미’와 대남 적화라고 할 때 그 근본의 하나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 지휘자 로린 마젤은 첫 평양공연이 북 미 적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누구나 공감할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번 공연이 북미 화해분위기를 되살려 북핵 협상 등 한반도 평화논의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번 연주회는 2003년에 평양을 찾은 영국 오페라 가수 수잔나 클라크가 외국가의 관현악단 교류를 권고, 북한이 수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올 9월 북한구립 관현악단이 영국에서 첫 해외 연주를 갖는다. 그러나 뉴욕 필 공연은 미 국무부가 적극 나서 성사됐다.
북한도 공연장 시설개선과 남북한에서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 됐으며 CNN을 비롯한 해외 방송사들도 공연실황을 중계했다. 뉴욕 필의 요구를 모두 받아 들여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북한주민들이 이제까지‘원쑤 미제’로만 인식해온 미국의 국기가 인공기와 나란히 내걸리고 미국을 대표한 오케스트라가 미국 국가와 북한 국가를 함께 연주하는 것을 시청할 때 충격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평양 공연을 허용 하는 것은 그만큼 대미 관계개선 의사가 크다는 반증이다. 북한주민과 미국 사이의 문화교류에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북미 관계진정의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했다.
메타사장과 로린 마젤 음악 감독 및 상임 지휘자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으로 마중 나온 송부장 등 북한측 고위 당국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우리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북 미 양쪽의 정치적 의지와 라이스 미국무부 장관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방북,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관계개선을 논의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빗나갔다.
그러나 북핵 합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쪽이 ‘음악외교’에 정성을 쏟는 모습은 과거와는 다르다.
그만큼 화해와 교류의지가 굳다는 것은 읽을 수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강경론으로 쉽게 기우는 경향이지만 북 미의 움직임부터 좀더 열린 안목으로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