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성공, 정책 일관성 확보에 달려있다”
“배출권거래제 성공, 정책 일관성 확보에 달려있다”
  • 온케이웨더
  • 승인 2013.04.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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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 국회의원포럼 ‘기후변화와 산업계 대응’ 세미나서 강조
 
201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성공 여부가 ‘정책 일관성 확보’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와 산업계 대응전략’을 주제로 9일 열린 ‘지구환경 국회의원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중소기업연구원 홍운선 박사는 “새로운 정책은 전파되기까지 1~2년이 소요된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2009년 말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으므로 이제 막 기업들에 확산되기 시작한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바뀌지 않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연구원 홍운선 박사
 
홍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정책의 성공은 일관성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긴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상당히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정책이 빨리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도 과거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제도를 일관성 없게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미국은 1992년 ‘재생에너지 생산세액 공제(PTC·Production Tax Credits)’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1999년 폐지했다. 이후 재시행과 폐지(2001년, 2003년) 후 연장을 반복하면서 산업계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
 
홍 박사는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단체 간의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출권거래제 핵심 과제는 적정수준의 할당량 배분”
 
한국탄소금융 노종환 대표는 ‘기후변화 국제흐름과 탄소시장’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현재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이 상당히 침체돼 있고 향후에도 상당기간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 한국탄소금융 노종환 대표
 
노 대표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작년 말 기준 4유로 수준까지 떨어졌고 거래량도 급격히 줄었다. EU-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었는데, 유럽 경제위기로 제조업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온실가스도 줄고 배출권 수요도 감소한 것.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9.5t에 달하는 탄소배출권 잉여가 발생했다고 노 대표는 밝혔다.
 
EU-ETS 배출권 가격은 1단계 기간(2005~2007년) 에너지가격 상승·이상기온 등의 영향으로 30유로 이상 급등한 적도 있다. 하지만 1단계 기간에 배출권을 과도하게 할당한 데다 2단계(2008~2012년)로의 배출권 이월을 금지하면서 2007년 말 가격이 0.03유로까지 폭락했다.
 
노 대표는 “배출권거래제의 핵심 과제는 ‘합리적인 할당’이다. 느슨하게 하면 거래량이 너무 없고 타이트하게 하면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그 중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할당기준 너무 타이트하면 경기회복 시 기업에 큰 부담”
 
▲ 토론에는 ▶건국대 강희정 교수(좌장) ▶현대제철 이종인 전무 ▶서울신문 이도운 논설위원 ▶KEI 이창훈 박사 ▶한국산업기술대 강승진 교수 ▶한화환경연구소 기준학 소장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박사 ▶한국탄소금융 노종환 대표 ▶중소기업연구원 홍운선 박사 등이 참가했다.
 
토론에서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박사는 “일각에서는 배출권거래제 보다 탄소세가 낫다는 의견이 있는데 국내 경제구조에서 탄소세는 산업계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유럽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것도 탄소세 도입이 어렵기 때문에 타협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이종인 전무는 “산업계는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관련해)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규제보다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지금은 최소한 예측 가능하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문제가 없도록 해 줬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대 강승진 교수는 “경기가 침체된 현재 상황에 맞춰 배출권 할당 기준을 타이트하게 설정할 경우 향후 경기가 좋아졌을 때 기업체들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며 “효율지표를 활용한 합리적 할당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국회 지구환경 국회의원포럼 주최, 지구환경 국회의원포럼·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주관으로 열렸다. 지구환경 국회의원포럼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향후 ▶농업 ▶수산업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총 4가지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 지구환경 국회의원 포럼의 대표인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보다 경제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축사에서 “지난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온실가스 감축 정책 어떻게 흘러왔나?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1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0% 감축이라는 자발적인 국가 중기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2009년 말에는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이 제정됐다. 2012년 5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목표로 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 및 거래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 11월 시행령이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전 정부가 세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조정할 의사를 내비쳤다. 환경부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를 8월까지 재설정하겠다고 보고했다.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당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 때문.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6~2009년 사이 연간 0.8~2.6% 정도씩 증가했으나 정부가 2020년까지 BAU 대비 30%의 감축을 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뒤인 2010년엔 무려 9.8%나 급증했다. 환경부는 전 정부가 BAU를 설정할 당시의 전제조건을 재검토해 실제 배출량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에너지기본계획 등 국가계획과 연계한 범부처 로드맵을 연말까지 다시 세울 방침이다.
고서령 온케이웨더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