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사퇴… 인사시스템‘구멍’
한만수 사퇴… 인사시스템‘구멍’
  • 장덕중·최우락 기자
  • 승인 2013.03.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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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전후 장·차관급 6명째 인사사고
여야, 靑인사팀 문책요구… “수첩인사 벗어나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자진사퇴하면서 새 정부의 인사난맥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팀에 대한 문책까지 거론하는 등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의 화살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넘어 ‘수첩인사’를 계속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로까지 향하고 있다.

이날 사퇴한 한 후보자까지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벌어진 장·차관급 '인사사고'는 벌써 여섯명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명 닷새만에 하차했고 정부 출범 후에는 한달 새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이 앗달아 낙마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사실상 박 대통령의 첫 인사라고 평가받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된 청와대 비서관 인선까지 포함하면 박근혜 정부의 인사사고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이들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성접대 같은 추문부터 시작해 병역면제, 세금 탈루 및 비자금 조성, 부동산 투기, 로비스트 활동 등 국민정서상 도저히 용납키 어려운 것들이었다.

출범 초기부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우여곡절을 겪던 박근혜 정부가 이제는 인사난맥상에 발목을 잡혀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새 정부의 인사난맥을 비판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문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뿐 아니라 부실검증의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문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도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집권 여당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며 “제도 개선은 물론, (인사)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필요하다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라인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허태열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홍보수석 등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며 청와대에 인사위를 설치, 후보자 추천을 맡겼지만 외부인사는 한명도 없이 측근들로만 구성되다 보니 ‘윗선’의 의중만 살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정책에 있어 박 대통령의 인식변화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끊이지 않는 인사사고는 근본적으로 검증시스템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등 고위직에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을 11명이나 중요하는 등 “써본 사람만 쓴다”는 이른바 ‘수첩인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도 “인사 참사의 1차적 책임은 부적격·무자격 인사를 내정한 박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수첩인사, 나홀로 독선인사의 후과”라며 “인사는 수첩이나 독단으로 결정될 성질이 아니다.

능력과 자질, 도덕성이 시스템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