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 갈수록 사면초가 형국
김경준씨 갈수록 사면초가 형국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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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패소·에리카 김 형량협상 통해 혐의 인정
민사소송 패소·에리카 김 형량협상 통해 혐의 인정
본인도 형량협상 먼저 시도…앞으로 ‘반전’어려울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결과 발표를 며칠 남겨둔 가운데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씨(42·구속 기소)가 사면초가인 형국이다.
최근 미국 LA 연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소송에서 패소한데다 미국 검찰에 기소된 누나 에리카 김도 형량협상을 통해 김씨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으며, 김씨 본인도 검찰에 형량협상을 먼저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초기 김씨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이 끝나서 들어온 것인데 이명박씨가 (귀국을)막으려 했다”며 기획입국설을 일축하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회유·협박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특검팀이 그동안 김씨를 11차례 불러 ▲옵셔널 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에 이 당선인이 직접 개입했는지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김씨를 실제로 협박했는지, ▲플리바게닝(형량협상)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
특검팀은 또 검찰로부터 조사 당시 녹음·녹화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였지만 수사 검사에 대해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오재원 변호사는 “검사가 형량협상을 시도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이 회유·협박 의혹을 입증할 ‘추가 증거’라며 제출한 김씨 부인 이보라씨와 오 변호사간의 통화 내용도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근거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개인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돼 지난 11일 미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은 에리카 김이 재판 과정에서 “동생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덮어주면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미국 검찰과 플리바게닝을 했던 것으로 밝혀져 김씨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에리카 김이 공소사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한 사항 중에는 김씨가 한국 검찰에 기소된 혐의에 자신이 적극 개입한 점과 김씨의 불법행위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거래 등을 한 점 등이 포함돼 있어 본인 스스로 김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자신 또한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같은 법원이 지난 4일 옵셔널벤처스 소액주주들이 김씨 가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김씨 가족에 대해 “사기 및 횡령죄가 모두 인정되므로 66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데 이어 에리카 김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혐의를 스스로 인정함에 따라 김씨 진술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특검팀은 지난 14일 BBK가 운용했던 역외 펀드 MAF의 계좌 인출권이 김씨에게 있었다는 자료도 확보했다. 이 자료가 ‘사실’을 담고 있다면 “MAF의 회장은 이 당선인”이라고 했던 김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김씨가 궁지에 몰리고 있는 양상이다.
특검팀이 또 최근 김씨가 “이면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인정할테니 불구속 수사해달라”며 당시 수사 검사에게 형량협상을 시도했던 사실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녹음파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로부터 “MB를 빼주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다”며 검찰이 자신에게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김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김씨 진술의 신빙성의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김씨 측은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이전에 먼저 형량협상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 측은 2001년 이 당선으로부터 “BBK 투자자문회사 회장 이명박”이라는 명함을 직접 건네받았다고 주장했던 이장춘(68) 전 싱가포르 대사의 진술과 비망록, ‘광운대 동영상’, 이 당선인의 언론 인터뷰 등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던 부분들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BBK의 지분 비율이나 주식 거래 관계 등 의혹의 본질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빚어지지 않는 한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