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사갈등, 백화점업계 불똥
이랜드 노사갈등, 백화점업계 불똥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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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행부 8명 추가 해고 감정대립 극에 달해
노조측 “백화점들 이랜드 브랜드 매장철수 요구”
이랜드그룹의 노사 대립의 불똥이 백화점업계로 튀어 백화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랜드 노조와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일반노조, 홈에버, 뉴코아 노조원들은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킨 백화점들을 상대로 매장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랜드 노조측은 "이랜드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백화점들이 이랜드가 보유한 브랜드 매장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고 해당 백화점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2일 약 40여명으로 구성된 노조원들은 미아동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앞에서 이랜드 불매캠페인과 함께 이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후아유' 브랜드 철수를 백화점에 요구했다.
백화점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백화점 정문 앞을 지나는 행인들과 고객들은 인도가 북적거리는 통에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현대백화점은 집회가 있던 3시간여동안 보안요원들을 정문 앞에 배치시켜야 했다. 이랜드 노사 대립 때문에 엉뚱한 현대백화점만 인적 비용 지출 피해를 입은 것.
이날 집회는 오후 5시께 노조원들이 현대백화점에 이어 인근 롯데백화점에서도 반복됐다.
이랜드 노조는 이랜드 브랜드가 있는 백화점 매장을 찾아 백화점 앞 집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김경훈 홈에버 노조위원장은 "이랜드의 노조 탄압과 부당 해고가 근절될 때까지 이랜드 불매운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백화점들에 대한 매장 철수 요구와 집회를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는 금명간 용산역 현대아이파크몰을 찾는 것으로 백화점을 상대로 한 이랜드 불매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랜드 노조의 '독특한' 투쟁 방식에 백화점업계는 불만스럽지만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고객 불편과 자사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유무형 손실에도 불구하고 집회 자체가 사전 신고에 의한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노총이 이랜드와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섣부른 대응으로 민주노총을 자극했다가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점포 매출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불법이 아닌데다 잘못 그들을 자극해선 좋을 게 없어 백화점 앞 집회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는 이와는 별도로 이랜드 상하이 법인의 홍콩 증시 상장을 저지하기 위해 오는 3월중 홍콩 원정투쟁도 벌일 방침이다. 이들은 현지 노동단체와 규합해 현지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투쟁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랜드 노조는 지난해 초 뉴코아 비정규직 계산원 350여명이 용역으로 전환된 데 반발해 그해 6월부터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유통매장 점거 등 사측과 대립해왔다.
이랜드 노사 대립은 특히 지난해 말 홈에버와 뉴코아 노조 집행부 33명을 집단 해고한 데 이어 최근 이랜드 일반 노조 집행부 8명을 추가로 해고하면서 감정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랜드 사측은 해고자들이 대부분인 노조 투쟁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최성호 이사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해고는 사규에 의한 공정한 집행이었고 이랜드와 관계없는 백화점들에 피해를 입히는 노조의 행동은 일반인들에게 식어가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