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숭례문’부끄럽고 참담하다
불타버린 ‘숭례문’부끄럽고 참담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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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호 숭례문(崇禮門 남대문)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안타깝고 참담하다.
600여년의 세월은 견딘 소중한 문화유산이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재원인은 조만간 규명되겠지만 방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높은 상징성 뿐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는 문화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방화 가능성을 따질 정도로 외부 침입자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화재에 취약하기 마련인 목조건물임에도 화재 예방대책이 허술한 것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로 보물479호 낙산사 동종이 손실된 뒤 중요목조 문화재에 대한 방지 시스템은 구축하겠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숭례문에 설치된 소방시설을 고작 소하기 8대와 소방전이 전부다.
목조문화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얼마 전에는 여중생 2명이 수원 하성 인근 억새밭에 불을 내 자칫 누각을 모두 태울 뻔한 사건까지 있었다. 이런 전조(前兆)를 계기로 삼아 목조문화재에 자동소화 장치를 설치하는 등 화재예방 대책을 세심하게 가다듬었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문화재 소방 시설 설치를 강제한 규정조차 아직 마련 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재당시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산이라도 옮길 것 같은 의지를 보였던 문화재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마침내 숭례문 붕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목조문화재 방지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요목조 문화재 100곳 가운데 소화전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30곳 이상이었고 기본적 소화시설인 소화기조차 없는 곳도 있었다.
우리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다. 이렇다니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같은 처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요 목조 문화재 방재 시스템 구축사업은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15억원의 예산으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4곳에 수막 설비와 경보시설을 설치한데 이어 올해는 예산 18억원이 확보돼있을 뿐이다.
비록 사후약방문(死後藥方門)이기는 하지만 이제 다른 문화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화를 겪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우는 일이 절실하다.
이점에서 목조문화재가 많은 일본이 산재된 문화재 보호법령을 한데 모아 문화재 보호법을 만들고 매년 1월 26일은 문화재 방지재의 날로 정해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을 참고 해야 한다.
600년 역사성이야 되살릴 수 없지만 기술적으로 라도 완벽하게 숭례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조상과 후손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