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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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숭례문에 시민 추모행렬 잇따라
잔해만 남긴채 잿더미로 변한 국보1호 숭례문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하루종일 많은 시민들이 숭례문을 찾아 잘못을 반성하고 수백송이의 국화꽃을 헌화했다.
서울대 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조각가 A씨(42)는 “대학 시절 은사인 최종태 교수가 숭례문을 복원할 때 많은 공헌을 했다"며 “당시 기증된 고목을 본 제자로서 그 아름다움이 사라져 안타깝다"고 흐느꼈다.
A씨는 폐허로 변한 숭례문 앞에서 국화를 헌화하고 무릎을 꿇은 채 목 놓아 통곡했다.
이어 그는 초기진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붕은 화재진압 초기에 뜯어냈어야 했다"며 “기와는 이천 공예 장들이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목조의 경우 과거 숭례문과 같은 나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목조 조각가로서 견해를 담담하게 밝혔다.
또 그는 “다시는 이전의 숭례문을 복원할 수 없고 세계최고의 목조 건물이 사라진 것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나라 국보1호 숭례문이 전소된 것은 국상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합동 분향소라도 마련해야 하고 추모관을 건립하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찾은 박모씨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한국이 무너져 내릴 징조 같다"며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설마'라는 안일한 대처가 오늘의 참사를 만들었고 정부가 국가의 상징인 숭례문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잘 몰랐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모 할머니(69)는 “눈물 밖에 나지 않는다"며 “총체적인 관리 부실의 문제이다. 문화재에 대한 평소 인식 수준이 낮았고 화재 가능성을 방치한 정부의 총체적인 능력부족을 탓해야 한다"고 대성통곡했다.
이날 3시 10분께 숭례문 화재 현장 우측에서 ‘참역사문화연구회'에서 나왔다 주장하는 갓을 쓰고 청색 도포를 입은 40대 남자가 펼침막을 든 채 “각성하라, 겨레여, 제발 부모조상 홀대하고 잘되는 집안 없고 역사 문화 빼앗기고 안 망한 나라 없다"며 이번 화재에 대한 격앙된 심정을 드러냈다.
연설이 끝나자 50~60대의 중·장년층은 옳은 소리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젊은이들도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