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로스쿨 시비 여전
말 많은 로스쿨 시비 여전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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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 열 사장
“법률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세금이나 특히 국제거래 등 모든 분야에 해박한 법률가는 없다. 오늘날 전문화시대에 판검사 경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법률문제가 수없이 많다. 법정 소송을 위주로 일해 온 판검사 경력자나 변호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전문화된 법률 지식이 필요한 사회 각 분야에 ‘양질의 값싼 법률 서비스’를 재공개 하자는 것이 로스쿨 (법학 전문대학원) 도입의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온데 간데 가없고 각 대학 자존심 싸움으로 지금 “로스쿨 문제가 극심한 혼전의 양상을 빌고 있다.
법학 교육 위원회가 마련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잠정안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가 정면충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와대는 1개 광역단체장 로스쿨 배정이란 종전원칙과 다르다고 교육부에 재검토를 지시했으나 교육부는 원안대로 갈 것이라고 버티다가 9월 본인가 때까지 로스쿨 1-2곳 추가 선정이란 단서가 추가됐을 뿐이다. 사태의 본질의 동떨어진 것이다.
대학의 반발은 이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탈락 대학은 총장마저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고 거리에서 ‘재심의’ 촉구시위를 벌였다. 일부 대학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총장직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은 전국에서 올라온 대학 총장 교수 학생들의 항의시위로 연일 북새통이다. 로스쿨 예비인가 취소 처분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요구하는 대학의 줄 소송도 이어진 태세다.
현 정부가 만신창이가 된 로스쿨 대학 선정을 밀어붙이는 건 예고된 정책 실패다. 인가받은 대학이나 탈락한 대학 모두가 불만인 상태에서 로스쿨이 제대로 굴러 갈 리 만무 하다. 인가대학들은 배정받는 정원으로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 하다고 아우성이나 탈락 대학들은 왜 떨어졌는지 납득 할 수 없다며 심사 점수 공개는 물론 심의 과정에 대한 국정 조사까지 요구할 작정이다. 로스쿨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의 금이 갈대로 간 것이다. 이런 마당에 로스쿨이 제대로 뿌리 내리길 바라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이제 청와대와 교육부의 대립이 미봉된 채 이명박 정부의 부담으로 넘겨졌다.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는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및 그 대학별 정원을 지난 1일 선(先)공개한대로 서울 권력 15개 대학 1140명, 지방 10개 대학860명으로 확정 발표하면서 추가지정과 정원 재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설득력이 있는 근거도 없이 “1 광역시 1도 로스쿨” 이라는 지역 할당에 집착해 경남의 대학에도 예비인가 하라고 강요해 온 청와대 측과의 협상은 거처 9월 본인가 때까지 이행 상황 부진에 따라 정원 감축이나 인가 취소로 예비인가 대학에서 잉여 정원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총 입학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에 제외된 지역에 로스쿨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이토록 어정쩡한 미봉책으로는 개방 법률 시장에 대비한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러니 거의 예외 없이 소송 준비 등으로 반발 하고 있다. 로스쿨제가 본격 시행 이전에 이렇듯 만신창이가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인가 대학선정과 정원 책정 등은 정치적 정략적 고려에 따라 지역별 나눠 먹기 식으로 배분하는 빗나간 발상이 그 원천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지적이다. 로스쿨을 통해 법학 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하기 위한 교육적 정책적 절실성은 뒷전인 체 지역할당을 앞세워 온 과오부터 제대로 교정해야한다. 이런 사태가 예견됐던 것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이 통합된 서울 권력에서 인가를 받는 15곳의 정원을 보면 최고 150명에서 최하 40명 까지 6단계로 구분 됐다.
100명 이상을 받는 대학을 차지하더라도 80명 1곳 70명 1곳 40명 7곳으로 구분한 점이 정부가 나서 대학 서열 매겨 놓은 듯해 영 개운치 않다. 선정 기준으로도 항목을 만들었지만 대학별 사법고시 합격자 배출 수가 결국 큰 영향을 미친 점, 규모가 작고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대학이 철저히 배제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미래보다는 ‘사회적 서열’만 중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최하 정원이 40명이라는 사실 또한 충실한 교육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든일이다. 로스쿨 총 정원을 2000명으로 제한한 게 근본적 원인이다. 제한된 정원을 지방 안배해 가며 쪼개 나누어 먹다보니 “미니로스쿨”은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대학이 과잉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겪는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대개가 100명 이상의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교수를 20-30명씩 확보하고 수백억 원의 시설 투자를 했다. 반면 학생 40-50명이 내는 한 해 등록금 수입은 고작해야 5억-6억원 수준이다. 이래가지고는 수년 내에 문 닫는 로스쿨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교육과정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교수 30명이 학생 40명을 가르치는 판에 다양한 선택과목 개선이 가능 하겠는가. 그러다간 학생 1-2명만 놓고 강의하는 강좌가 수두 룩 할 게 뻔하다. 따라서 우리는 갖가지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총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교육부는 내년 3월 로스쿨 개원 절차를 진행시켜 나가는 한편 정책근간을 되살펴야한다. 다만 나눠 먹기식 배정의 결과인 현재의 정원 틀로는 정상적인 로스쿨 운영이 어려운 만큼 어떤식으로든 총 정원과 대학별 정원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정원을 늘리는데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새 정부가 결정하면 된다.
한국개발원(KDI)도 로스쿨 정원을 4000명으로 두 배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로스쿨 정원 확대 반대 하는 것은 법조계뿐이다. 그들의 밥그릇을 우선해야 할지 법률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할지를 따져 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