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들여져 도움 될일 검토해달라’
‘살기 힘들여져 도움 될일 검토해달라’
  • 신아일보
  • 승인 2008.02.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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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데요’ ‘훤한 인물인데 왜 우는 얼굴로…’ 서울 봉천동 재래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하는 할머니를 보고 한마디씩 건넨 인사다.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하는 말이다.
이 할머니는 30년째 생선을 팔고 있다면서 시장 한 귀퉁이에 리어카와 시장바닥이 할머니의 노상 점포다 ‘장사가 안 된다’며 눈물을 지었다.
밑바닥 경기(景氣)가 날씨만큼이나 차갑다. 일자리가 불안하고 물가가 오르니 명일을 맞는 주부도 좀체 지갑을 열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 9.2였던 생활 경제고통지수가 10월 9.9, 11월 12.0으로 급상 했다. 이러다가 신용카드 사태로 급격한 내수 불황을 겪었던 2004년 평균인 11.6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냈다. 2000년 대들어 3%대인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늙은’경제에서나 있을 법한 낮은 수치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데 투자만 재촉하기도 어렵다. 소비 없는 투자는 공급과잉과 기업 부실을 낳는다. 소비위축이 투자위축을 부른다.
특히 민간의 소비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국내 총지출 중 민간 소비 비중이 50%대 전반으로 미국(70%)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57%)에 크게 못 미친다. 쓰고 싶어도 쓸 기분이 나지 않고 실제로 쓸 돈이 별로 없다. 무거워진 세금에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각종 준조세, 대출이자 등도 늘어나 중산층조차 긴축에 긴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유계층은 고(高)물가 규제 그리고 질시의 눈총을 피해 외국에 나가 돈을 쓴다. 지난해 해외여행과 교육에서 주로 생긴 서비스 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2000억 달러에 이른다. 계층간 경제적 격차가 켜지는 추세다. 그러나 격차 또는 양극화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훨씬 더 큰 것으로 풀이 된다.
해외 소비는 자제하라며 애국심만 들먹일 시대도 아니다. 서울 물가가 세계최고 수준이어서 외국인들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세금과 규제를 줄이면 고급 서비스 요금을 적지 않게 낮출 수 있다.
단기 어학연수생이 연간 2조원, 해외골프 여행객이 연간 1조원을 쓴다. 이들만이라도 국내에서 머물러 내국인 해외지출과 외국인의 국내소비에 균형이 이뤄지면 최소 25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한국은행은 분석한다.
전자제품, 호텔에 매기는 특소세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세금으로 부자를 괴롭히기’는 돈의 흐름을 크게 보지 못하고 서민의 원초적 기분에만 영합하는 정책이다. 여유 계층이 국내에서 돈을 써야 그 돈이 흘러서 좌판 할머니에게까지 들어 갈수 있다. 아랫목에서 윗목까지 덥힐 수 있는 소비 환경의 조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