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운사(言語運士)의 국어사랑
언어운사(言語運士)의 국어사랑
  • 김 우 영 (작가·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03.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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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李)모 아나운서는 40여년의 오래된 방송인이다.

수 년 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내가 쓴 수필을 오랫동안 방송해 주는 인연이 있었다.

굵직한 목소리에 차분한 바른국어 사용과 한글사랑이 남 달라 방송가에서는 이 분을 아나운서라기 보다 언어운사(言語運士. 言語運書)라고 불렀다.

이런 분이 근래 TV를 멀리 하고, 라디오도 KBS 1FM 외 에는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사이비 방송인들이 쏟아내는 ‘언어교통사고 ’방송을 듣자니 답답하다” 그는 바른 방송말 사용 지침서인 ‘아나운서로 가는 길’과 ‘언어운사(言語運士)’라는 지침서까지 만들어 동료들에게 나눠 주는 등 바른말과 우리말 사용에 애착을 갖았다.

이 분의 지론은 이렇다.

“아나운서란 모름지기 언어의 테그니션이자, 우리말의 교사가 돼야 한다.

” 이 분은 40여년 ‘말 공장’(방송국)에서 일하며 겪은 아픔도 있었단다.

원칙에 충실한 아나운서를 ‘딱딱하고 끼가 없다’고 폄하하며, 검증되지 않은 ‘외부 MC’를 마구잡이로 채용한 것이 방송언어 파괴를 불렀다고 한다.

“끼란 본래 재기(才氣)인데 요즘 방송엔 광기(狂氣 )가 판을 칩니다.

일부 아나운서까지 이런 시류에 영합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방송인 지망생들에게 ‘말 부터 제대로 배우라’며 이렇게 충고한다.

“방송말이 점잖으면 국민의 말도 점잖아지고, 방송말이 거칠고 경박하면 국민의 말도 거칠고 경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