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교육 학교교육 망친다
영어 몰입교육 학교교육 망친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1.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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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쏟아내는 새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인수위 관계자들마저 말이 약간씩 달라 어지럽지만 2010년부터 고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고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하고 쓰는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의욕이야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도 불안해하는 듯하다. 한국교총 발표에 따르면 영어 수업에 반대하는 교사가 60%나 된다. 찬성은 16.6%에 그쳤다고 한다.
사교육비 경감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더 많다고 한다. 2010년이면 2년 남았다.
그 사이에 고교 영어교사들이 모두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을까.
2006년 4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어 과목을 주당 1시간 이상 영어로 수업하는 교사는 50.5%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런 영어 수업이라는 게 실제로는 대부분 영어로 수업을 하는 시늉만내는 정도다. 원어민 교사라도 영어로 말하기가 거의 안 되는 학생 30-40명을 모아놓고 1시간을 떠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인 교사와 함께 하는 공동 수업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기존 영어 교사를 대규모로 연수 보내고 원어민 내지 원어민 수준의 한국인에게 교육학적 소양을 불문하고 교사자격증을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영어로 영어 못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영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게 잘못됐다는 식의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언중의 절대다수가 영어를 그 나라말로 가르치는 것은 언어 교육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말 한마디 못한다는 식으로 현행 영어 교육을 매도하는 것도 틀렸다. 현재의 영어 교육도 빨리 대고 어려운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든든한 기초가 된다.
그렇게 공부한 우리 유학생들도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구상을 하루가 멀게 쏟아냄으로써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갖게 하거나 조급한 불안에 몰아넣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너무 성금하다’ ‘준비가 안 되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 의견을 수렴해 치밀한 실천방안을 다시 마련하는 게 바른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새 정부가 교육정책의 중심을 잡아야한다. 그러려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안 마련이 급선무다. 급히 먹은 떡은 체하기도 한다.
다소 느리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가면서 추진해야 성공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