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것의 소중함”
“ 옛것의 소중함”
  • 신아일보
  • 승인 2008.01.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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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영도다리가 오는 2011년 옛 모습대로 복원된다는 소식이다.”

확정된 설계안에 따르면 교통여건을 고려하여 현재의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넓히고 선박 대형화추세에 맞춰 상판이 현재보다 조금 높게 설치될 뿐 전체적인 형태는 옛 모습 그대로이고, 1966년 9월부터 중단되었던 도개(跳開)기능도 되살린다는 것이다. 배가 지나갈 때에는 남포동쪽 상판을 75도까지 들어 올리게 되는데상판을 완전히 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90초가 되리라 한다.
영도다리가 어떤 다리인가? 현인선생이 애절하게 노래하였듯이 6.25전쟁의 참화 속에 부산으로 밀려 든 수많은 피난민들이 가족의 생사를 묻고 고향사람들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었던 곳이자, 근대화시절에는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위안을 안겨주었던 볼거리명소가 아니었던가.
말하자면 부산의 근대역사와 함께 한 상징물이라 해도과언이 아니다. 당장의 편의만 생각한다면 완전히 헐어버리고 널찍한 현대식 다리를 새로 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옛 모습을 되살리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문화재청이 최근 근대문화재로 등록예고한 몇몇 옛건축물 중에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플레이보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2층짜리 벽돌건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은 1923년 조선은행 군산지점으로 신축된 곳으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도 등장했던 일제 강점기의 상징적 건물이었다. 90년대까지 디스코텍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비어있다는데, 일제의 잔재이고 도시미관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있었음 직함에도 그대로 보전되는 길이 열렸으니 이 역시 잘 된 일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딜 가나 고풍스런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매력적인 도시의 풍취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관청건물이나 성당은 말할 것도 없고 허물어져가는 성곽도, 가내수공업의 터전이었던 중세의 점포들도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양쪽 건물의 처마가 맞닿을 정도로 좁은 골목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돌토돌한 돌길의 감촉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스페인의 옛수도였던 똘레도(Toledo)가 전형적인 예인데, 곧 도시 전체가역사의 집적이며 그 자체로 최고의 관광 자원이다.
마카오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르게 되는 성 바오로성당도 좋은 케이스이다. 17세기초에 지어진 이 건물은 실상 1835년 대화재로 소실되고 성당의 정면벽체만 앙상하게 남아있지만, 그 상태로도 시민의 자긍심을 지켜주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의엿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애시 당초 석조건축이 일반화되지 않은 탓에 옛 건축물이 오래 보전될 수 없었던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소중한 전통과 문화가악의적으로 왜곡되고, 부지불식간에 이를 폄하하는 의식이 자리잡게 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일제는 많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유산을 혹은 미신으로, 혹은 허례허식을 조장하는 온상으로 평가절하 하여 부수고 없애버린 것이다. 이어서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기에 또 많은 역사적 유산이 대중의무관심속에 훼손되고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사라져갔다. 참으로 안타깝고 딱한 일이지만 늦게나마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작년엔 경북 예천의 삼강나루 주막이 경상북도민속자료로 지정되어 보수·복원되는 길이 열렸고, 낙동강 소금배들이 분주히 오갔던 삼강나루터도 정겨운 옛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라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앞다투어 이와 유사한 문화유산을 찾아내어 도시브랜드를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이젠 역사의 자취, 문화의 향기가 곧 경쟁력인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