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임직원들 차명계좌 부인
삼성특검, 임직원들 차명계좌 부인
  • 신아일보
  • 승인 2008.01.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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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라는 사실 입증하는데 큰 어려움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출범 2주만에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벌였지만 대부분이 차명계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특검 수사가 좌초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성영목 신라호텔 회장을 시작으로 김동식 제일기획 전무, 이순동 전략기획실 실장보좌역(사장) 등 모두 8명의 핵심 임원들을 소환해 비자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냈다.
소환자들은 대부분 수십억원대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거나 관리하는 등 비자금 조성 및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의 계좌에 대해 입을 맞춘 듯 “내 계좌”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주장하는 차명계좌는 없다”는 취지의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부 임원들은 차명계좌가 맞지만 자신의 동의하에 개설된 것으로 비자금 관리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차명계좌 가능성이 농후한 300∼400여 계좌에 들어있던 수천억 대의 뭉칫돈이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는 문제의 계좌들이 개설된 삼성증권·우리은행과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서 찾아낸 금융자료를 토대로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농후한 계좌들을 추려냈지만, 이들의 차명계좌 여부를 확인할 가장 유력한 자료인 계좌 개설신청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명 의심계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계좌는 10년 전에 개설된 것인데 금융기관은 5년 이내에 개설된 계좌에 대해서만 개설신청서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일부 계좌에 대해서는 확인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일부 계좌에 대해서는 연결계좌에 대한 추적이 핵심인데 워낙 분량이 방대하고 일일이 가리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이들 계좌의 성격이 무엇인지, 또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관리됐는지 밝혀내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삼성 측이 차명계좌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산으로 비자금 조성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세운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