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 유가100불시대 다시 뛴다”
“고리1호, 유가100불시대 다시 뛴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1.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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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허가…지역사회 합의 7개월 만에 재가동돼
부산시민의 가정용 1년치 전력 소비량 안정적 공급
안전·투명 운영 다짐…주민들 초청 발전소 오픈행사

석유파동의 대안으로 지난 1978년 도입됐던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유가 100달러 시대에 부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 이하 한수원)은 17일 고리 1호기가 지난해 12월 재가동 준비에 들어 간지 20여일 만에 연료장전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임계승인을 마치고 시험운전을 거쳐 출력 100%에 도달, 본격적인 전기 생산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는 이로써 지난해 6월 30년의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돼 가동을 중단한지 7개월 만에 안전성 심사와 주민합의를 거쳐 국내 최초로 재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고리 1호기는 향후 전체 부산시민이 가정에서 쓰는 1년 치 전력 소비량을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게 돼 고유가 시대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은 58만 7천kW로 국내 전력량의 약 1%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기술과 설비로 고리 1호기 재가동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원전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원전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도 한국 원자력산업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동의를 이끌어 내어 재가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과거와 같이 현안에 대한 ‘밀어붙이기식' 접근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대화로 갈등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례가 될 전망이다.
◇고유가 시대 안정적 에너지공급 기대
최근 1배럴당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자원전쟁이 가속화되면서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은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지난해 11년 만에 최저치(7.2%)로 떨어진 전력 예비율도 한 몫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감축에 발맞춰 원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30여 개국이 원전 444기를 운영하고 있고, 이중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85기의 원전이 설계수명을 넘어서 계속운전을 하고 있거나, 승인을 받았다.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원자력발전소 1기 건설비용은 2조5천억원에 이르며 설계에서 건설까지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계속운전은 기존에 가동해 오던 검증된 발전소를 10년간 더 운영함으로써 신규 원전 건설을 대체할 수 있다.
고리 1호기의 성공적인 계속운전으로 우리나라는 오는 2012년부터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월성 1호기를 비롯해 원전 19기의 계속운전을 통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전성 대내외 입증…원전 강국, 기술성 입증
한수원은 이날 오전 재가동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발전소 오픈데이’ 행사를 가졌다. 안전성과 주민의 신뢰가 최우선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하기 위해 삼중의 검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발전소의 심장에 해당하는 중앙제어실(MCR)로 주민들을 초대해 김종신 사장이 직접 원전 재가동에 대해 설명했다.
김종신 사장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며 “발전소를 투명하게 운영해 주민과의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고리 1호기 계속운전은 사실 지난 2년간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지역주민들은 오래된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했고, 계속운전이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집회, 단식 및 천막농성,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매우 컸다.
한수원은 이 때문에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18개월 동안 과기부로부터 전문인력 100여명이 투입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제도 이외에 미국의 운영허가갱신제도(LR, License Renewal)에서 도입하고 있는 안전성 평가기준을 추가로 적용해 한층 강화된 안전성평가서 심사, 현장검증, 실증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받았다.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로 지난해 7·8월에는 IAEA를 통해 원자로 압력용기 등 주요기기의 건전성을 확인했다.
◇지역사회와 민주적 합의 도출…원전 신뢰도 제고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과기부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안전성을 확인했음에도 재가동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는 지역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재가동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지역발전협의회를 구성, 적극적인 대화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 18일과 12월 21일 기장군 및 울주군 서생지역 주민대표들로부터 고리 1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동의를 얻어 냈다.
주민대책위는 고리 1호기 계속 가동과 고리 3·4호기 출력증강에 동의하고 한수원은 다른 원전지역과 달리 고리 인근지역이 지난 30여 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제한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해 온 점을 감안하여, 지역과의 상생 차원에서, 주민들이 제안한 고리원전 주변 지역개발과 주민복지사업 가운데 도예촌 조성사업, 간절곶 전망대 건립 등 14개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한수원 김종신 사장은 재가동 기념식에서 “지난 30년 간 지역주민과 원자력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로 고리1호기의 계속운전이 가능했다”며 “원자력발전소를 더욱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여 안정적 전력공급을 통해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우기자
jwju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