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가 막막’ 절박한 태안주민
‘생계가 막막’ 절박한 태안주민
  • 신아일보
  • 승인 2008.01.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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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앞이 캄캄하여 하루 종일 방제 작업을 하고 돌아와 소주 한잔하지 않으면 불안한 앞날이 걱정돼 잠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서해 기름유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충남 태안 한 어민의 심정이다.
원유유출 사고를 비관한 태안 주민이 또다시 자살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세번째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사고 원인도 명확하고 피해 상황도 거의 드러났다. 정부와 사고 당사자들이 신속하게 방제 작업을 하고 피해 보상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태안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할 노릇이다.
그들은 ‘TV에서는 정부가 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거나 누가 몇 억원을 내놨다는 소식이 이어지는데 정작 우리는 1원짜리 동전 하나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고 후 40여일이 지나도록 마을 출신 외지인들이 보네 온 성금 410만원이 전부이며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을 끓여 줄 가스비도 버거운 형편’이라고 한탄 했다.
정작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정부와 삼성의 무책임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충남도와 태안군 쪽에 특별재난 기금300억원을 지급했고 30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금도 250여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태안군이 분배 기준방법도 정하지 못해 아직까지 우왕좌왕 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역시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놓고 사실상 수수방관 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액 산정과 보상에는 어차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피해자, 정부, 삼성중공업, 보험사 등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충남도와 태안군은 주민의 생활고를 덜어 줄 수 있는 긴급 생계자금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에 시위 도중에 자살 한 사람도 바지락 캐서 그때그때 먹고 사는 주민들이다.
사고가 난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생계비 한 푼도 못 받았으니 그들의 어려움이 능히 짐작이 간다. 우선 공적 자금이라도 ‘피해복구와 보상을 해야 한다. 실제 2002년 기름 유출 사고 때 스페인 정부가 그렇게 했다.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기름 유출 법률대책회의도 정부의 선보상 후구상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태안은 지금 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시간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생명이 다 죽은 뒤에 완전복구란 있을 수 없다. 바다가 죽은 뒤에 주민들에게 배상금 한 푼 더 얹어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이런 지경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얘기도 없어 답답하다’면서 ‘힘없는 어민이 누구를 믿겠느냐 나라 믿고 사는 불쌍한 어민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