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입찰 방해’ 제약협회 고발
‘저가 입찰 방해’ 제약협회 고발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3.02.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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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 함께 과징금 5억원 부과
저가로 의약품을 낙찰 받았다는 이유로 도매상에 공급을 중단토록 지시한 한국제약협회가 검찰에 고발됐다.

특히 제약협회는 이 같은 행위가 위법인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도매상에 대한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을 막고 도매상이 저가 입찰을 못하도록 한 제약협회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제약회사 270개 가운데 203개가 제약협회에 속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5개 병원이 소속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6~7월 이토메드정 등 1311종의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4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서 35개 도매상은 84개 품목을 각각 1원에 낙찰 받았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판매는 병원 내(內) 및 외(外)로 나뉘는데, 일단 병원 내 처방 약제 리스트에 등록돼야 병원 외 판매가 수월하다.

따라서 도매상은 제약사와 합의 하에 병원 내 의약품 입찰에 저가로 참여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제약협회는 이 기간 3차례의 임시운영위원회를 열어 제약사들이 저가로 낙찰 받은 도매상들에게는 의약품을 공급치 못하도록 하고 도매상의 저가 입찰 참여도 막았다.

이를 위반한 제약사는 제명 등 제재를 당했다.


특히 제약협회는 변호사를 통한 내부 검토 결과 이러한 조치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강행했다.


공정위는 제약협회가 의약품 가격 하락을 우려해 이 같이 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 저가 입찰로 실거래가가 낮아지면 약가 상한금액 역시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약협회의 조치로 제약사가 의약품 공급을 거부함에 따라 16개 도매상은 계약 파기로 계약보증금(6000만원)을 환수 조치 당했고 향후 정부 입찰에 대한 불이익을 받게 됐다.


또한 15개 도매상은 의약품 공급계약을 유지했지만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고가로 대체 구매한 뒤 납품하는 등 손실을 입었다.


보훈복지의료공단은 계약 파기 품목(49개)에 대해 높은 가격으로 재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이 유지된 품목(35개) 역시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의약품 재고 부족으로 일부 환자에 대한 투약이 지연되는 일도 발생했다.


박재규 공정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제약협회의 행위는 개별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할 의약품공급여부 및 공급가격결정행위에 사업자단체가 관여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가격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약가인하를 저해해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위 부담을 가중 시킨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제약협회는 1원 입찰이 정책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제도나 정책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도 그것이 법위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