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 신아일보
  • 승인 2008.01.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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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목포해경 혁신경무과장
"국민들의 작은 손 하나하나의 소중한 땀방울이 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저력"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우상이며 또한 희망이다. 맑고 푸른 바다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떼와 신비스럽고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의 신선한 일출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꿈과 희망을 안고 바다와 함께 살아가며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나는 어선들도 예전과 전혀 다를바 없이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저마다 소중한 꿈을 안고 어장에 나서고 있는 오늘 우리는 신안군 임자면 대광리 해수욕장으로 타르덩어리 제거를 위한 방제작업을 하러가는 날이다. 첫 새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을 호호 불면서 버스에 오르는 직원들의 면면에는 피로가 누적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7일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고로 태안의 광활한 해역을 덮친 검은 기름띠를 걷어내려는 작은 손길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절망에 빠질뻔 했던 바다를 꿈과 희망의 바다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우리 국민들의 작은 손 하나하나의 소중한 땀방울이 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저력과 고품격의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린 손 저미며 덤빈 차디찬 바다에서는 오일펜스를 치고 뜰채로 기름띠를 일일이 걷어내며 방만하게 펼쳐진 바다위에 마블링을 방불케 했던 해양경찰의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강풍과 파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한 모습으로 그날의 재앙 앞에 맞서 싸워온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해양오염으로 일그러진 우리 삶의 터전인 검은바다를 보며 한숨과 눈물로 얼룩진 시간 들이었다. 그리고 해안 지역은 하루도 빠짐없이 인천에서 목포에 이르는 서남해안 5개관서가 태안까지 매일 새벽 4시에 출발하여 부족한 잠은 달리는 버스의자에서 뒤척이며, 아침역시 버스 안에서 김밥 두 줄과 생수 한 병으로 해결하고, 차디찬 가슴을 안고 방제현장에 들어서면 추위에 떨던 몸짓도 잠시뿐 엄청난 재앙 앞에 마음을 삼켜야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관내에도 타르가 조류에 밀려 나타날 것이 염려되어 해상에는 경비함정을, 해안에는 경찰관들을 투입하여 예찰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으나 사고일로부터 꼭 24일째가 되면서 3일간의 강렬한 북서 강풍이 몰아치자 우려했던 타르 덩어리가 영광, 함평, 무안, 신안 일대 해안을 덮치고 말았다. 역시 거대한 검은 재앙의 油魔 앞에서는 인간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미물에 불과했다.
우리가 죄인이라면 해양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방제작업의 핵심기관 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서 방제작업에 몰두하여 우리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바다를 빨리 회복시키는 것만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방제작업이 끝나고 평온해지면 그때 가서 잘못이나 책임을 운운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급한 탓인지 잘은 모르지만 무조건 빠른 것을 좋아하는 것이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준 높은 외국의 방제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방제작업현장을 둘러보고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국민성이 우수하고 국력이 살아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임자도에 도착한 우리 직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방제작업을 시작하였다. 반나절이 지나자 김순경도, 이경장도, 직원들 대부분이 얼굴과 바지 등에 기름 범벅이 되어 그 모습이 마치 옛날 공장의 굴뚝 청소부와 다름 없어보였다.
우리해양경찰인들이 매일 방제작업에 시달리면서 과로에 쓰러져 병원을 찾는이, 자갈밭에서 넘어져 무릎이 깨져 피투성이가 된 사람, 그 외 작으나마 상처를 입고 치료하는 직원들이 많지만 우리는 이런 작은 일에 개념치 않을 것이며 오직 태안의 악몽 같은 검은 재앙을 결코 우리 해양경찰인의 손으로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지은 뒤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를 만들어 바다가족들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보이는 그날까지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쉬지 않고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