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과 청소년 공부방
노인정과 청소년 공부방
  • 최 종 찬
  • 승인 2013.01.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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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양극화로 절대 빈곤층이 늘어나는데 그중에서도 노인층 빈곤 비중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편이다.

노인복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노인복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노인정이다.

경제사정이 좋은 사람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활발한 육체 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노인정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한 아파트 단지에는 노인정이 있다.

자연히 노인정은 노인세대 여론의 집합장이 된다.

국회의원, 시·도의원, 시장, 군수 등 선거직은 누구나 노인정을 무시할 수 없다.

추석, 설날 때는 물론 수시로 방문하여 노인정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노인정 시설도 개선되고 지원도 확대된다.

노인정에 비해 청소년 공부방은 국가적 지원이 훨씬 적다.

최근 이혼이 늘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홀어머니, 홀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키우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재혼한 후 다시 이혼하여 새어머니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요즈음 초등·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이 무너져 많은 학생들이 교육을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가 제대로 챙겨주는 아이들은 학원에 가거나 나름대로 취미활동을 하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거리를 배회할 가능성이 크다.

나쁜 짓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방과후 수업이 있지만 이것도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챙겨주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나 사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지역아동센터에서 여건이 불우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수업 후에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관리한다.

영어, 수학 등 보충교육을 하고 음악, 체육 등 취미활동도 시키며 저녁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지역아동센터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대부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중학생 대상은 별로 없다.

여건이 나빠 초등학교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중학교로 진학하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는 초등학교 공부방에 잔류하지만 중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없는 경우가 많다.

공부방 시설도 열악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나빠 이직률이 높은 것도 문제이다.

청소년 시기는 감수성이 예민한 때이다.

청소년 시절을 잘못 보내 적기에 교육을 못 받거나 범죄 등에 연루될 경우 이것은 그들의 불행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최근 연간 청소년 범죄 증가율은 10% 수준으로 성인 범죄 증가율의 2배 가까이 된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가 안정되려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라도 청소년 시절을 잘 보내도록 돌보아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우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사회적 관심이 낮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을 대변할 정치적 목소리가 작기 때문이다.

필자가 매주 월요일 저녁 중학생 공부방에서 자원봉사로 경제교육을 하는데 정치인 방문은 거의 없다고 한다.

노인정에 수시로 방문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공부방에 지원을 늘려도 청소년들은 유권자도 아니고 그들의 부모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생색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KT 등 기업들이 청소년 공부방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2011년 시에 신고된 노인정은 240개소이나, 공부방은 초등학생 대상이 22개이고 중·고등학생 대상은 1개에 불과하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사회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계속하여 가난 속에 살도록 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노령화시대의 노인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