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인-박근혜, 여전히 ‘냉랭’
李 당선인-박근혜, 여전히 ‘냉랭’
  • 신아일보
  • 승인 2008.01.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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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공천이 과거로 돌아가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긴장 관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14일 오전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중국특사인 왕이 외교부부장을 만나면서 한 자리에 모였다.
박 전 대표는 중국 특사단장 자격으로 배석했다.
구랍 29일 단독회동과 지난 11일 4개국 특사단 접견에 이어 대선 이후 세번째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냉기류는 여전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공천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천 전면전’을 선포하고 ‘공격모드’로 전환한 상태.
친박(親朴)계 의원들을 정당한 이유없이 공천에서 배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평소 좀처럼 격앙된 표현을 쓰지 않던 박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강경 발언을 한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했다.
최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도 “이 당선인 주변의 ‘철 없는 사람들’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여러가지 설을 늘어놓고 있는데, 권력 주변에는 항상 ‘가벼운 사람들’이 기생하면서 권력을 향유하려 한다”며 친이(親李)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이 당선인은 “공천은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외견상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총리 및 주요부처 장관 인선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공천 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공을 당에 넘긴 셈이다.
이 당선인은 다만 “당의 어느 누구도 개인적 이익을 떠나서 협력해야 한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화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 측을 압박했다.
이날 ‘李-朴 3차 회동’은 저간의 사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두 사람의 ‘엇박자’는 접견 10여분 전에 혼자 미리 와 있던 박 전 대표를 이 당선인이 그냥 지나치면서 가시화됐다.
접견실로 들어선 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를 못 봤는지 곧바로 왕이 부부장에게 인사를 건넨 것.
이 당선인이 머쓱한 표정으로 잠자코 서 있던 박 전 대표를 뒤늦게 발견하고 악수를 청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 당선인은 분위기를 만회해 보려고 “웃어야지. 안 웃으면 또…”라며 동반 사진촬영을 권했다.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당내 갈등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박 전 대표는 사진촬영에 응했지만 예의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고수하며 불편한 심기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접견 직후 올해의여성상 시상식에서도 “(공천 문제를) 지켜보고 있으니 당에서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 있다”며 집단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