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 첫 시험대 ‘4강 특사’
실용외교 첫 시험대 ‘4강 특사’
  • 신아일보
  • 승인 2008.01.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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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모두 외교전문가 아닌 차기정부 핵심 인사
美·日-협력관계 돈독, 중국·러시아-경제적 실리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4강 특사’ 파견이 임박하면서, 일본·미국·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한 차기정부의 ‘실용외교’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4강 특사 외교를 통해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우호를 돈독히 하는 한편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을 소개하고, 재외동포의 사회적 지위 개선 및 경제협력에 구체적인 진전을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대미 특사인 정몽준 의원, 대일 특사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대러시아 특사인 이재오 의원, 대중 특사인 박근혜 전 대표를 통의동 집무실로 불러 해당국과 협의해야 할 내용을 일일이 당부하는 등 직접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이 당선인은 우선 취임 후 미국 방문 문제를 미측과 좀 더 논의해보라고 정몽준 대미특사에게 당부했다. 이밖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시기 조정, 북핵폐기를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이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일 특사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는 재일동포의 참정권 문제와 법적 지위 문제 등을 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상득 대일특사는 이와 함께 한미일 3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뜻을 일본측에 거듭 강조하고, 양국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셔틀외교’부활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1일 후쿠다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형식적인 만남보다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 그때 만나는 셔틀 외교가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같은 날 글리브 이바셴초프 러시아 대사와도 면담을 갖고 “러시아와 동부 시베리아 개발 사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러시아 특사인 이재오 의원에게는 동부 시베리아 개발 관련 협의를 자세히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 당선인은 기업인 시절부터 동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중국 특사로 임명된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출국 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중국측과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한국이 중국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중요성 때문에 비중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특별히 특사로 보내는 것”이라고 특사 선정 경위를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이번 4강 특사 외교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쪽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경제적 실리까지 챙기는 쪽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사단 면면이 모두 외교전문가가 아닌 차기정부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설익은 사견이나 면밀하게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우발적으로 내놓을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상대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어 ‘득’보다 오히려 ‘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교 첫 시험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미국·중국·러시아 특사단은 이 당선인의 친서를 들고 각각 15일(18일, 이하 귀국일), 20일(23일), 16일(19일), 16일(19일)에 출국할 예정이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