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전 물밑 전쟁 치열
대한통운 인수전 물밑 전쟁 치열
  • 신아일보
  • 승인 2008.01.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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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3중·3약…후보 기업들 물론 금융권도 분주
한국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인수전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 순위를 뒤바꿔 놓을 대한통운 입찰(1월 16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후보 기업들은 물론 금융권도 분주하다. 기업들은 제한된 인수금융 여건 아래 어떤 전략을 짜느냐로, 금융권은 누구에게 돈을 댈지를 놓고 막판 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권에서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의 매각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대한통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제한된 인수금융조건에다 시중금리마저 높아지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두자리 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승자가 되려면 현행 최저가격(2조3352억원)에 추가적인 가격부담을 더 안아야 한다. 매각전이 가격 일변도로 계속 치우칠 경우 ‘인수 후 재부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각 후보들이 보인 오너의 인수의지와 제한된 인수여건, 중장기 전략 등 가격과 비가격을 감안할 때 현재 후보 경쟁구도는 ‘3강(금호, 현대중공업, LS전선)-3중(한진, STX, 농협)-3약(GS, 효성, CJ)'으로 분류된다. 물론 법원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요건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이 같은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LBO방식 동원 못한다
대한통운 인수전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제한된 인수금융 여건 아래에서 누가 자금을 잘 조달하고 전략을 잘 짜느냐 여부다. 대한통운 본 입찰 안내서에 따르면 대한통운 자산이나 기대수익을 활용한 대출확약서는 자금조달 증빙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자금조달증빙을 입찰금액의 50% 미만으로 제출한 후보는 입찰 자체를 무효로 처리키로 했다.
의례적인 문구 같지만 특수목적회사(SPC) 설립도 불허할 방침이다. 피 인수업체의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고 이를 담보로 차입매수(LBO)를 일으키는 통상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인수 후보들은 2조3352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데 제약을 받게 된다.
자금조달면에서는 보유 현금이 넉넉한 현대중공업, 농협, GS 등이 강자로 꼽히는 반면 CJ와 효성은 약자에 속한다. 현금보유액이 5조원이 넘는 현대중공업은 가장 무서운 후보. 다만 최근 진행된 동해펄프 매각 당일 인수의사를 번복한데다 매각이 예정돼 있는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인수하려면 다른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본 입찰에서는 인수금융 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 1년 이내에 대한통운에 대한 유상감자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오너의 의지'=비싼(?) 주당 인수가격
오너의 의지 측면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단연 선두주자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시작하기 1년여 전부터 박삼구 회장은 호시탐탐 인수의욕을 내비쳤다. 오너의 의지에 비해 재무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후유증으로 아시아나 말고는 그룹 내에 내세울 만한 대표주자도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점에 대비해 일찌감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을 파트너로 잡았다.
아시아나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 불과한데다 부채비율(272%)도 다른 후보에 비해 열악해 최근 대우건설을 공동 인수 후보로 내세울 계획을 짜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성장을 거듭 중인 STX도 복병으로 꼽힌다. STX는 금호와 함께 지난 2005년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대한통운 주식을 사들일 만큼 오랜 기간동안 눈독을 들여왔다. 인수금융 자문사로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을 예약해 놓은 상태.
그러나 계속된 M&A로 체력이 소진한데다 인수 전 초기 검토했던 ‘공동인수' 방안으로 대한통운 노조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있어 이를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비가격 비중 높아질 듯…2조원 신규투자 계획이 관건
그동안 법정관리 기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은 가격과 비가격이 70대30이었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비가격에 대한 비중이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저 인수가격은 2조3352억원이 넘는데 갚아야 될 부채는 36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는 돈 2조원을 활용한 신규투자 등을 포함해 인수 후 경영계획이 ‘승부처'인 셈이다. 이를 직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 각 후보들은 저마다 장점을 피력하고 있다.
대한통운 입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후보 가운데 돋보이는 곳은 LS전선이다. LS전선은 자체 물동량은 기본이며 자원개발 자회사(E1, 예스코, 니꼬 동제련)를 통한 해외 물류량을 곧바로 대한통운에 안겨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중국 내 신사업을 통한 물류네트워크 확보라는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금호역시 육해공 물류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소매유통 사업을 내세우고 있는 GS그룹, 대한통운과 사업분야가 겹치는 곳이 많은 한진은 불리한 처지다.
이밖에 비가격 부문에 속하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마무리를 위한 계획이나 임직원 고용보장 및 임직원 처우개선의 항목은 대다수 후보들이 승계 의사를 보이고 있어 특별한 변별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가격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라는 비난이 일 수 있어 법원이 최대 가격에 대한 변별력을 얼마나 무마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