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참사 불러들인 안전불감증
또 대형참사 불러들인 안전불감증
  • 신아일보
  • 승인 2008.01.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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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냉동 창고 ‘코리아2000’에서 내부 설비공사 중에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지하창고에 갇혔던 수십 명이 몰살당했다. 지하창고에서 냉동, 전기, 에어컨 설비작업을 하고 있던 57명의 인부 가운데 40여명의 인부 대다수는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불이 난 곳이 밀폐된 지하공간으로 유독 가스가 가득 차 대피가 불가능 했던데다 구조작업마저 힘들어 인명피해가 컸다. 그런데도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것은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이 난 창고에선 지난연말 벽면 등에 우레탄을 뿌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우레탄은 단열, 보온, 쿠션용으로 쓰는 합성고무다. 소방당국은 우레탄을 시너로 녹여 뿌릴 때 시너 유증기에 불이 붙으면서 삽시간에 연쇄폭발과 함께 지하창고 전체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업인부 등은 흐리고 안개 낀 날씨로 인해 유증기가 건물 밖으로 쉽게 배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하에 남은 인화물질 우레탄, 건물내부에 보관된 화학물질들이 불과 열에 약한 샌드위치 패널 벽체 등 대형화재의 조건을 두루 갖춘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작업장 조건의 위험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유증기가 찬 밀폐된 지하공간에 50여명이 넘는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니 보통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
특히 시너 유증기는 공구끼리 부딪쳐 튀는 불씨만으로도 불이 옮아 붙은 수 있는 강한 인화물질이다. 창고엔 LP가스통도 여기저기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소방 중공 검사와 건물 사용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집중 조사해야 한다. 공사는 지난해 10월말 소방시설 완비를 증명하는 소방 준공검사필증을 얻고 11월 초에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아 이뤄졌기 때문이다.
냉장·냉동 시설 용량으로는 국내 최대로 꼽힐 만큼 대형 창고인데도 삽시간에 참사가 빚어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잊을만 하면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게 우리의 불치병처럼 돼있다. 사고유형이나 발생 장소는 다르지만 원인은 다같이 지켜야 할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 희생된 한사람 한사람 다들 기막힌 사연이 맺혀 있을 것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화재원인을 정확히 밝혀 책임자를 엄중 문책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