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비친 사람의 본성
음주운전 단속에 비친 사람의 본성
  • 신아일보
  • 승인 2007.12.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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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김천경찰서 교통관리계
12월초부터 음주운전 특별단속이 시작되어 주야간 불시에 도로현장에서 단속이 행해지고 있다.
어느 일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음주운전(단속)에서도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듯하여 다음 4가지(맹자의 사단)를 조심스럽게 대입시켜 본다. 음주운전 사고가 없는 그 날을 기다리며…

- 시비지심(是非之心)
10여 일간의 사전 예고에 따른 단속활동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피단속자가 많아 음주운전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개인적 사정이야 많다고 하지만, 음주운전자와 준법 운전자,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단속이 불가피한 조치다. 정의와 불의가 구분되듯 준법과 위법 역시 구분되어야 한다.

- 측은지심(惻隱之心)
전날의 단속과 음주운전 사고로 경찰서 뜰 앞은 사후처리 문제로 수심 가득한 운전자와 그 가족이 늘있다.
공교롭게도, 생활형편이 어렵거나 운전이 생계수단인 사람인 경우가 많아 그 사람을 나무라기에 앞서 안타까움이 더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단순한 이유이다. 그러나, 단순한 동정은 그 사람에게 음주운전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제공할 수 있다는 함정이 있어 말을 건네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 사양지심(辭讓之心)
그 사람들을 보며 어릴 적부터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지만, 나중에는 술이 술을 먹고, 결국 술이 사람을 먹어 버린다고
나도, 뜰 앞에 서있는 그들도 운전에 있어서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양을 초과함이 없이 멈출 수 있는 절제를 배워야 한다. “음주효과”로 내가 평소보다 용감해져 혹시라도 운전을 할까 두렵다.

- 수오지짐(羞惡之心)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철없던 시절의 위험스러웠던 운전에는 부끄러움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을 친구의 운전을 왜 그때 만류하지 못했는지 진정 후회스럽다. 술자리에서 나누었던 우정만큼이나 나는 진정한 그의 친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