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목소리 높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목소리 높아
  • 신아일보
  • 승인 2007.12.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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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교육·공동 개발·해외 개척 지원 등 확대 추세
대기업의 R&D 지원 지난해 2866억원으로 크게 증가
“상생협력 인식 격차 여전, 실질적 대책 필요” 지적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제조업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전체 고용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범위가 한층 확대되고 있다. 과거 납품대금 현금결제 등에 국한해 있던 협력의 양상이 인력교육, 공동기술 개발, 해외 판로개척 지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대상 공동 연구개발(R&D) 지원이 2004년 1803억원에서 지난해 286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협력이 활발하다.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거나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최근의 현상은 일시적이거나 근본적인 철학의 공유가 배제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색내기 차원에 지나지 않아 차기정부에서는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ㆍ중기업 상생협력 확대-대기업 구매담당자 대상 교육
지난 13일 저녁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는 상생협력과 관련한 뜻 깊은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마련된 상생경영 최고경영자과정이 4개월의 교육을 마치고 3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상생협력연구회, 가톨릭대학교와 함께 4개월 동안 진행한 이번 과정에는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KT, SK텔레콤, 하이닉스 등 대기업 구매전략 고위 임원들과 중소기업 CEO들이 참여했다.
이번 과정은 상생경영과 관련한 철학, 기업경쟁력, 글로벌 리더십 등 5가지 주제에 관한 교수와 기업 CEO, 정부 인사들의 강의와 사례 발표, 현장 견학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대기업 구매담당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경영자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상생협력에 대한 인식 전환은 기업뿐만 아니라 구매 담당자에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중소기업쪽에서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과정에 참여한 백동원 하이닉스 전무는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상생협력이 무척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어 이번에 과정을 이수하게 됐다"면서 “협력 방안에 대한 사례 발표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윤호 중기협력센터 이사장은 이날 수료식에서 “참여정부 이후 상생협력 과정이 어떻게 될까에 관해 회의적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후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상생협력에 인식 격차 여전, “실질적인 대책 필요"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생협력이 내용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상생협력 지원책들이 중소기업이 가장 원하는 것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가 대기업의 협력중소기업 19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 지난 7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4.6%가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목했다.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39.0%), ‘납품 기일 촉박'(34.9%) 등이 다음 순이었다.
아울러 상생협력 촉진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들이 향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중소기업의 34.9%는 ‘공정한 거래관행 정착'을 최우선순위로 손꼽았다.
대기업으로서는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원화 절상 등으로 인한 불투명한 경영환경에서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이 같은 지원들이 부차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납품단가 인하가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상생을 외치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의 상생협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가 강조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생색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협력관계를 과거와 비교해 양적으로 확대됐으나 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큰 변동이 없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33.8%에 달했다. 과거보다 양적, 질적 모두 좋아졌다고 응답한 업체는 10.3%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발전과 우리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비합리적 단가인하 요구, 각종 불공정거래 관행을 타파하고 원부자재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제도화, 업종별 대중소기업간 상생협의체 구축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