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마지막 변수 ‘검찰 흔들기’
대선 마지막 변수 ‘검찰 흔들기’
  • 신아일보
  • 승인 2007.12.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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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 지지율 반등 기미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동영 후보 지지율 반등 기미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당-검찰 전면전이 어느 정도 실효성 있을지 관심

“이명박이 풀려나게 해주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 ‘검찰 투쟁’ 도화선은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였다. 지난 4일 문제의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신당이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당과 검찰의 전면전이 대선 막판 변수로써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당은 당초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하리라 믿는다”며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른바 ‘BBK 특검법’ 발의를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로 미루는 등 필요 이상으로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써왔다.
신당은 그러나 검찰 발표 전날 “검찰이 김경준씨를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중앙지검 항의 방문, 대대적인 검찰규탄 집회 개최 등 즉각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이자 검찰이 김경준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긴 채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주장이다.
신당은 장외 집회에 그치지 않고 ‘BBK 특검법’ 발의, ‘검찰 탄핵소추안’ 발의 등 갈등의 장을 국회로 옮기는 한편 김경준씨에게 ‘희생자’ 이미지를 덧씌우며 김씨와의 접견 내용을 검찰의 회유·협박 근거로 내세웠다.
급기야 신당은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검찰과 청와대가 국면 타개책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며 검찰 수사결과의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검찰 때리기’로 신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범여권의 반응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은 우선 검찰이 김경준씨를 조사하면서 위법행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창조한국당은 무작정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보다는 청와대가 검찰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민노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검사의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찬반 여부를 정하지 못했던 민주당은 검사의 법률 위배 여부는 법원의 최종판결로 판가름해야지 국회가 예단할 일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신당은 검찰 탄핵의 칼날을 휘두르며 내심 반(反) 한나라당 연대를 희망했으나 범여권 여타 진영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검찰 때리기에 탄력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후보 단일화 문제와 총선을 겨냥한 지분 다툼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 문제에 대해 범여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와의 통합 논의가 번번히 불발됐는데도 단일화 논의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단일화 카드의 파괴력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것도 신당에게는 불리한 국면.
현재로서는 단일화 문제가 극적 타결을 보지 않는 이상 검찰과의 대립 구도를 유지하면서 한나라당과 검찰을 동시에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검찰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관심권 안으로 들어온 신당으로서는 ‘정치검찰’이란 화두가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명박 후보에 대한 신당의 공세에 가급적 대응하지 않던 한나라당의 태도가 급변했다. 검찰 발표 직후 양 측은 연일 검찰을 사이에 두고 열띤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에게 대립각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으려 애쓰던 이명박 후보가 정 후보와 같은 링에 오르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검찰이 신당의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선 이슈 선점이라는 면에서 신당에 유리한 국면이다.
관건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BBK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검사,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검사 등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처리 여부.
현직 검사가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 BBK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재조사 등 적잖은 파문이 일고 이에 따라 막판 대선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