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면 우유 사드리고 싶어요”
“돈벌면 우유 사드리고 싶어요”
  • 신아일보
  • 승인 2007.12.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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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천사 이세린양, 노숙인 돕기 ‘앞장’
“잘사는 사람들은 겨울이라 좋아하며 겨울스포츠를 즐기고 해외로 온천여행을 떠나는데 여기 노숙자들은 하루하루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어요”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펴지고 있는 서울역 대합실, 3년째 이곳 노숙자에게 빵과 따뜻한 물을 나눠주고 있는 이세린(연희 미용고등학교 2학년)양은 안타까운 마음을 눈빛에 실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아줌마는 제 손을 꼭 잡고 시골에 있는 딸이 생각나신다면서 한참을 우셨어요,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아주머니가 딸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아주머니가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라며 기뻐하는 이양은 여느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이다.
무역업을 하는 이 양의 아버지는 “오빠가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부터 세린이가 달라졌다”며 “그저 남을 도우려하고 욕심을 내지 않아요, 한편으론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데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라며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남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공부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또 노인이나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미용을 제공하고 싶어서 특성화 고등학교 선택했다”는 이 양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한다.
“경쟁사회에서 성공을 추구하고 훌륭한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절망하고 소외된 이웃의 자립과 재활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려 각오와 노력은 아무리 강조하고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는 인간의 최고의 가치이며 행복의 척도”라며 성직자인 이 양의 어머니는 딸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하며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걷기위해 마음을 굳힌 딸을 독려했다.
노숙인 김모(53)씨는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사람들이 라면이나 과자봉지 몇 개 나눠주면서 사진 찍기에 바쁘고 휙 가버리지만 이름도 모르는 저 학생은 매달 빵과 물을 공손한 자세로 건네는 것이 무엇보다 고맙고 따뜻한 정과 공경하는 마음을 느껴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제가 어른이 돼서 돈을 벌면 우유를 사서 대접하고 싶었어요, 아빠가 주신 용돈으로는 빵밖에 살 수가 없어 물을 드리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 세린양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