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열의칼럼]총파업 이겨낸 사르코지 대통령
[오세열의칼럼]총파업 이겨낸 사르코지 대통령
  • 신아일보
  • 승인 2007.12.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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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노동운동계가 각성하지 않으면 노조의 존재 기반인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국민에게서도 외면당하게 될 것"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크리스마스 조명 등이 켜졌다.
인조 나뭇가지에 매달려 시시각각 떨어지는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프랑스의 내면 풍경은 이를 즐길만한 여유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총파업이란 급한 불은 꺼졌다.
공기업 연금 개혁을 둘러싼 프랑스 대중교통 파업이 사실상 끝났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2년만의 최대규모라는 이번 파업의 기를 꺾음으로써 프랑스 전력공사 프랑스 가스공사를 비롯해 사회 각 부문을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됐다.
프랑스 공기업 연금은 민간 부문과 비교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여서 재정적자를 심화하는 주요인 이었다. 전임 정부에서는 개혁이 시도 됐으나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에 밀려 번번이 무산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세기간 내내 ‘프랑스는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일하고 더 벌자’고 외쳤다. 그는 취임 하자마자 ‘국정개혁안’을 내놓고 대다수의 국민은 프랑스의 재기(再起)를 위해 고통스럽지만 시급한 공공부문 개혁을 응원했다.
‘굴복하지 않고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면 돌파의 승부수를 띄운 사르코지 대통령의 ‘원칙의 리더십’이 파업병이 든 프랑스를 바꾼 셈이다.
1995년 연금 개혁 개발 노조총파업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파업으로 인해 프랑스는 지난 열흘 동안 극심한 혼란에 시달렸다.
철도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멈춰 섰고 교사들은 학교를 떠났다. 피해액만 5조원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같은 대대적인 파업에 사르코지 역시 노조에 무름을 꿇지 않겠냐는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일부 노조원이 수백만 프랑스 국민을 인질로 잡고 피곤하게 만드는 식의 파업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입장을 피력했다.
시민들의 70%가량도 “노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힘을 실어 줬다.
이 덕에 파업 참가율은 20~30%에 머문 채 노조 복귀율이 현저히 늘어나는 등 노조원들에게 조차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철도 버스 지하철 노조가 사실상 파업종료를 선언 하기에 이르렀다. 사르코지는 개혁의 시험대와 같은 이번 파업 사태를 승리로 이끌어 냈다.
이번 파업이 실패한 것이나 전통적으로 파업에 실패한 것도 전통적으로 파업에 관용 적이던 프랑스국민의 대세가 사르코지 대통령 손을 들어 줬기 때문이다.
공공 개혁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사회각 부문의 개혁을 선도 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과 독일도 공공부문부터 개혁했기 때문에 활력을 되찾았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실로 크다. ‘파업만능 주위의’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노동계는 국민 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 전임자는 노동귀족이 된지 오래다. 취업 장사와 노조행사 납품비리 같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 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민주노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반대 투쟁을 구실로 총파업을 벌이며 걸핏하면 도심 교통을 마비시켰다 근로자들의 복지와 무관한 과격한 정치투쟁이 지속되면서 일반 근로자들 사이에서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로 가면 노조가입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동조합의 과격한 투쟁과 이로 인한 고용의 경직성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세계적인 독일 화학회사 랑세스의 악셀 클라우스 하이트만 회장은 “강성 노조가 두려워 한국을 투자대상에서 번번이 제외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위스 국제경영 개발 원(IMD)페테르 로랑 총장도 “한국노조는 군사적이고 하드코어적”이라고 비판 했다.
지난 연말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이 10.3%로 떨어졌다 1977년(25.5%)과 비교하면 절반이하다.
근로자가 늘고 있은데 노조가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노동운동 세력이 경제계와 근로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다. 지난해 대기업과 공기업의 경우 해가 갈수록 노사분규와 근로손실 일수가 줄었지만 중소 영세기업 특수고영 비정규직 노사분규는 늘었다.
대기업 노조들이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기업도시인 포항과 울산에서 시민이 나서 노조의 불법파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일도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공공부문 노조가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명분 없는 파업을 벌이자 국민이 노조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동운동계가 각성하지 않으면 노조의 존재 기반인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국민에게서도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사회 각 부분의 개혁은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고 공언해오다가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을 우려 이를 차기 정부로 떠넘긴 참여 정부는 공무원 급증 공기업 방만 경영 행정규제 남발로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민간 부문의 위축을 자초했다.
그 폐해가 갈수록 심각할 텐데도 정부는 큰 정부를 합리화하고 있다. 10여명의 대선 후보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처럼 과감한 행동으로 ‘작은 정부’를 실천하고, 하마 같은 공무원연금을 근본적으로 개혁 하겠다고 단호하게 외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서 국민과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한 진정한 지도상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17대 대선후보자 역시 사르코지 의지를 되새겼으며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