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꼭 검찰비리 수사해야 하나
검찰이 꼭 검찰비리 수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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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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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현직 부장검사 급 검찰 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데 이어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측으로부터도 차명계좌를 통해 6억 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따로 수사를 시작했다.

국가의 중추수사기관 2곳이 한 사건을 두고 동시에 수사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특임검사 지명이 경찰의 수사개시와 진행권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검찰은 경찰수사 만으로는 의혹만 커질 뿐이어서 직접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특임검사가 수사를 본격화하면 경찰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장검사가 특임검사 소환에 응한 뒤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고 검찰이 영장발급을 거부하면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찰이 인지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한다는 것은 자칫 제 식구 감싸기나 물 타기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특임검사 임명이 수사 확대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는 것도 경찰이 금품을 받은 검사가 부장검사 외에 2~3명이 더 있다고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검찰이 검찰비리를 수사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에 위배된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경찰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 식구라고 해서 법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경찰도 과거 검경 수사권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검찰의 비리를 캔다는 입장을 떠나 당당하게 수사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후보들이 대검 중수부 폐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특별감찰관제 등 고강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은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 다툼은 큰 것을 보지 않고 작은 것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이 검찰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수사는 결과에 따라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뇌관역할을 할 것이다.

검찰은 수사권 확보에 연연하기보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개혁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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