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드리운 ‘부패 먹구름’
기상청에 드리운 ‘부패 먹구름’
  • 신아일보
  • 승인 2007.11.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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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기상관측장비 입찰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기상청 공무원 15명과 납품업체 관계자 2명 등 17명이 경찰에 적발 됐다. 기상청 공무원들이 관측 장비를 구입하면서 성능은 외면한 채 특정 회사의 부적합한 제품을 사들인 비리가 드러났다. 날씨 예보가 왜 자주 빗나가나 했더니 그 뒤에는 검은 손이 있었던 것이다.
금품비리와는 별로 연관이 없는 줄로 믿었던 기상청 공무원들마저 이 모양이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전직 기상청 공무원은 날씨정보 제공 및 기상관측 장비 업체에 재취업해 수천 건의 기상청 내부문건을 빼돌려 이 업체가 외주 사업을 독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4년 12월 울산 공항에 설치된 저층 기상 관측 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저층 관측에 부적합한 K사의 고층 관측 장비를 16억5000만원에 구매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시 부하직원들에게 K사 제품이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허위 평가서를 만들어 조달청에 통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예보국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은 내부 전산망 정보를 특정 회사에 빼주어서 그 회사가 외주사업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공기업이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이고 청와대 비서관 국세청장에 이르기까지 판을 치는 이유는 정부의 공무원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공무원을 감싸고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을 능사로 알고 공무원에대한 감시·감독은 게을리 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날씨는 국민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영업 실적이 오르내릴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기상 예측을 국가 경제나 국민생활에 필수적이라 할만 하다. 그런데 관련 공무원들이 개인 연줄로 특정 회사의 장비를 구입하고 이로 인해 엉터리 예보를 남발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경찰수와는 별도로 우선 감사원이 나서서 기상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도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장비 도입건 등에 대한 자체 평가가 대부분 ‘적정’으로 돼있다. 자체평가 시스템 자체가 붕괴했다는 얘기다. 물품구입에서부터 퇴임 후 민간 기업 취업의 적정성에 이르기까지 기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상관측 및 예보는 각종 경제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사회에서 기상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상청은 예산이 적고 인원이 부족해 예보의 질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해왔고 많은 국민이 그런 사정을 상당히 이해해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감춰진 이면이 드러났다. 비리 관련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