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이 난무해서야
막말이 난무해서야
  • 신아일보
  • 승인 2007.11.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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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 사장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에서는 강한 민초(民草)의 힘을 보여 줘야"

힘이 정의이던 시대가 정의가 힘인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은 국내 정치에서나 국제 정치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힘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전제정치라 한다. 이런 전제정치가 몇 천 년 동안 표준적인 정치체제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백성이 옳다고 생각해서 따라주어야 만 다스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이 시민 혁명 또는 민주혁명이라 한다.
힘으로 다스리던 시대에는 힘이 정의였다.힘은 겨루어 이긴 자가 정의의 사도로 추앙 받고 진자는 역적이 되었다. 힘이 정의라는 주장 그리고 이긴자의 지위를 인정해 주었던 관행에는 그대로 이유가 있었다. 안정된 질서의 유지에서 얻어지는 이익이 시비를 가려서 얻어지는 이익보다 컸기 때문이다. 정의가 힘인 시대에는 다스리는 자가 정의로울 때만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치문화는 어떤가 우리만큼 대화에 서투를 사람들이 또 있을까.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선거전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을 고르는 과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건 전투다. 적이 누구인가를 확인 하고 그를 괴멸시키려는 격한 투지만이 넘쳐나 보인다.
군사정권시절 국민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펜이 있어도 쓰지 못한 다고 한탄 했다. 오직 하나의 사고 구조만이 허용 됐다. 반대의 목소리는 그 이유만으로 탄압의 대상 이었다. 언어의 획일화 시대였던 셈이다. 그게 곧 전체주의적 통치의 특징이다. 민주정치가 회복 되었다는 오늘날에는 말과 글이 다 풀렸을까? 권력의 횡포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그 자리를 언어의 횡포가 메우고 있는 듯한 어이없는 현상을 목격 하게 된다. 후보와 정당 간들만이 아니다. 일부 유권자들 까지도 이런 행위에 편승하고 있다. 최근에도 대선 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테러위협을 가하는가 하면 공당의 간부가 전국적 수준의 ‘민란’운운하면 막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강과 정책으로 경쟁하고 서로 앞 다퉈 비전을 제시하는 ‘선전형 선거’는 물 건너가는 듯 하다 무소속 한 후보가 경선을 거치지 않고 출마한데 불만을 품은 어느 30대 남성으로부터 ‘공기총으로 쏴죽이겠다’는 전화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야당 행사에서도 험악한 분위기는 연출 됐다. 당사에서 열린 한 무소속 출마자 규탄 결의 대회에서도 “뒈지게 두드려 맞아야 하며 뒈지게 맡기 전에 밤거리를 돌아 단이지 말라야한다”고 쏘아 붙었다는 것이다.
이런 난장은 정치 세력들이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체면이나 원칙은 상관없다는 비이성 때문이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폭력은 공포를 느낄 정도다. 의견제시 또는 대화를 위해 마련 된 사이버 공간 마다 비난 조롱 욕설로 난무 한다. 선거후에는 해소될 문제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는데 이런 현상을 이미 구조화 됐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 및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 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언어와 사고의 획일화는 누구에 의해 요구되든 똑같이 위험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끼리의 이 격렬한 증오다. 서로 비난 하는 글을 읽노라면 이런 원수 사이도 없다. 정치적 입장과 호오(好惡)가 다르다고 어떻게 이 지경으로 험하게 맞선 다는 것인가. 이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민족을 강조 한다. 무엇이 우리의 본 모습이고 본 마음인가. 말이 독해지면 정치도 독해지게 마련이다.
거친 말은 거친 정치를 유발 한다. 독단 독선의 언어야 말로 독제 또는 전제주의의 묘상(苗床) 이다. 대선은 국민과 함께 성숙한 민주사회에로 나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기회가 되어야한다. 그렇다면 말과 글, 사고·행동을 타락·오염 시키는 인사나 무리는 배제돼야 옳다. 그래서 우리시민들은 우리의 역사 속에 지조와 절의(節義)의 선비정신을 지닌 지도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하고 견위치명(見危致命)하며 소임을 다했으며 훨훨 털고 귀거래(歸去來)하는 적극적 선비정신을 지닌 멋진 정치 지도자를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에 나서야한다. 아무리 한국의 정치를 비하하더라도 대선은 민주국가의 가장 큰 행사요 축제다. 결과 만큼 절차와 과정도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정치인과 국민의 희생이 밑거름 되었다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한국정치는 일류가 아니고 이류 삼류 인 것만큼 분명하다. 삼류정치를 일류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번 선거의 과제다.
우리시민들이 아직도 금전과 파별과 지역성에 좌우되는 전근대적인 국치 적 성향에 머물러 있어 구두 민주주의와 실천 민주주의 괴리가 큰 자기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과연 우리시민들의 현실적인 민주적 역량과 자질이 선거혁명에 이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부패한 정치행위와 시민을 마비시키는 지루한 선거운동의 소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조용한 절대다수가 선거의 결정권을 갖게한다. 링컨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다. 이번 12월19일 선거에서는 그 강한 민초(民 草)의 힘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