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드러난 ‘유서대필’ 사건
16년만에 드러난 ‘유서대필’ 사건
  • 신아일보
  • 승인 2007.11.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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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의 유서가 김씨의 자필이 맞는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부에 재심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이번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유서대필 사건을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심 등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강씨는 사건당시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후 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은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지만 이후 조작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진실 화해위의 진실 규명 결정으로 강씨의 유서대필 여부를 놓고 벌여온 논란이 16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해 4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로부터 진실 규명신청을 받은 진실 화해 위는 필적 감정이 사건 해결의 핵심이라고 판단 기존의 유서외에 김씨의 ‘전대협 노트’의 ‘낙서장’을 새롭게 입수해 분석했다.
진실 화해위 김갑배 상임위원은 ‘당시 국과수가 감정한 문건들은 3개, 사설 감정기관에 새롭게 발견된 문서들을 국과수 및 7개 사설 감정기관에 각각 감정 의뢰한 결과 김기설의 유서와 강기훈의 필적은 상이하다는 결과를, 김기설의 필적과 그의 유서 필적은 동일하다는 일치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시 정권이 공안정국을 만들어 민주화를 가로막고 무고한 시민을 엮어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조작의혹이 제기 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과거사위의 결정에 강씨 ‘이번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누명을 벗는데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또 ‘공안 정국에서 내려진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아 결백을 입증 받았다고 생각 한다’며 ‘잘못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우리는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로 이사건의 재심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유일한 증거였던 ‘국과수 필적 감정’이 이번에 번복된 점에 주목 한다.
정부와 법원은 진실 화해위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국가기관의 조직이나 잘못된 판단이라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관계자들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라며 규명을 마냥 회피할 일이 아니다. 협조를 아끼지 않는 게 진실과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