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보이지 않는 ‘수읽기\'
이명박-박근혜, 보이지 않는 ‘수읽기\'
  • 신아일보
  • 승인 2007.11.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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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출마 선언하고 본격적 세 불리기 나서
이 후보측 “사실상 백지상태서 모든 것 생각하고 있다”
박사모 “누구든 얼치기 좌파 집권 막을 수 있어 안도감”

이회창 전 총재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보이지 않는 수읽기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으며, 박 전 대표도 지난 6일 본회의 참석 후 사흘째 칩거중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는 현재 시내 모처에서 당내 인사와 외부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듣고 있으며 자택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가질 것"이라며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측의 러브콜을 받으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6일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한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평소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 꼬박꼬박 출근했던 박 전 대표가 본회의 기간 중임에도 연 3일째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이명박 후보의 당 화합책에 대한 방안을 지켜보겠다"는 ‘침묵의 정치'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며, 지난 8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이 전 총재 출마 규탄대회, 9일 열린 이 전 총재 사퇴 촉구 결의문 채택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오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권교체를 위해 도와달라"며 조속한 만남을 제의했지만 박 전 대표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사실상 만남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다음주 경북 구미에서 열리는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에 참석해 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대구만 갈 수 있겠느냐. 행사를 잘 치르십시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최고 지지모임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환영하는 성명을 내 박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을 넓혀놓은 상태다.
박사모는 지난 7일 이 전 총재 출마 선언 이후 공식성명을 내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이 전 총재의 표현에 주목한다"면서 “이제 누가 되든 최소한 얼치기 좌파의 집권은 막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선언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는 정권교체가 이 후보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제 대안도 여러가지로 마련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과 14범인지 17범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아집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로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아직까지 박 전 대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 백의종군이 가시적인 행보로 이어질 것인지' 그 범위와 수위를 놓고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선 오히려 강공 드라이브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회창 출마에 따라 정치적 역학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국면이어서 이 후보측이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박 전 대표가 선뜻 받기 힘든 상황에서 ‘진짜 카드'는 추후에 공개할 것이란 견해다.
당장 오는 14일로 예정된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의 귀국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정치인의 화학적 화합은 공천권 보장 등 ‘당권 분담'이 조건이 아니라 이 후보가 BBK 문제 등 어려운 터널을 잘 통과하고 얼마나 잘 버텨주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실질적인 수읽기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