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뒤흔든 이회창씨 출마 선언
대선정국 뒤흔든 이회창씨 출마 선언
  • 신아일보
  • 승인 2007.11.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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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제17대 대통령 선거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다.
지난 10년 간 몸담고 이끌었던 당을 등지고 많은 국민의 뜻을 외면 하면서까지 대권도전에 나선 것이 그가 말해 왔던 법과 원칙인가 해서 씁쓸하다.
한때나마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던 ‘대쪽판사’ 출신의 원로 정치인이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그의 출마는 민주적 후보 선출 절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출마 기자회견은 ‘좌파정권 조식 불안한 후보 50년 이상 지속될 국가체제 건립’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치개혁 및 국가기강 수립 등을 출마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모든 것들을 자기 합리화로 돌릴 심산이니 강경 보수이념과 색깔론으로 틈새를 파고 들려는 노 정객의 넋두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연이은 주변의 대선에서 냉엄한 심판을 받은 낡은 시대정신 그대로 또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그가 국가정체성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불분명한 신념과 철학 좌파정권 종식 두 가지를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두고 좌파 운운하는 것은 이전 총재 자신이 시대착오적인 극우주의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모든 것을 양보해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왜 ‘좌파정권 종식’의 기수가 ‘거대우파 정당’의 합법적 대선 후보인 이명박씨가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가 갖가지 의혹으로 인해 ‘불안한 후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의 ‘사실상 경선 불복’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이 후보가 그렇게 불안하고 자신이 한나라당 경 선에 나가 당의 심판을 구해야 했다. ‘50년 이상 지속될 체제수립’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치개혁 및 국가기강 수립’ 운운하는 것도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더욱이 이 전 총재는 좌파정권 종식을 외치면서 좌파진영을 이롭게 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진실로 좌파정권 종식을 바란다면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큰 죄를 지어 정계를 은퇴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출마할게 아니라 그가 이끌었던 보수진영 승리에 힘을 보태면 그만일 것이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그는 보수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이 범한 지금까지의 오류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이다.
어떻든 선거는 이제부터다. 혼란이야 크지만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