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대선 정국 안갯속
이회창 출마…대선 정국 안갯속
  • 신아일보
  • 승인 2007.11.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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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지지율 구가하던 이명박 후보 타격 입을 듯
부동층 대선 국면 관심 촉발되면 ‘창풍’ 불어 올수도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도에 초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50%대를 넘나들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구가하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전 총재의 출마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영남권과 보수층에서 표갈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른바 범여권 진영에 반전의 기회가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 강자인 이명박 후보의 대선판 구조 자체가 혼돈속에 빠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정국에 돌입하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선판 전체가 ‘흔들'… 누구도 장담 못 할 안갯속 정국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패배 직후인 12월 20일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5년만의 정계 복귀이자, 1997년, 2002년에 이어 세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 자체가 한반도 평화와 경제문제 등 기존의 정책 이슈를 모두 쓸어담아낼 정치공학적 A급 태풍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이 20%대를 유지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10%-15%가량이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재 출마 선언이 이뤄지고 본격 대선행보에 나설 경우 그 파괴력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인 영남권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이 전 총재쪽으로 쏠리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남권의 두터운 지지세를 기반으로 중도층의 표를 끌어오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기본 전술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산토끼를 잡으러 나선 이 후보로선 집토끼가 달아나는 형국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대선가도에 미치는 1차 파고는 이명박 후보가 고스란히 앉아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단순히 이명박 후보의 표를 분산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전 총재가 보수진영의 본류를 강조하면서 지난 10년의 기간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나선 만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정통 보수 행보에 나설 경우 대선판 전체의 아젠다 셋팅이 보수 패러다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지지율 ‘하락의 저점이 어디냐'가 핵심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대선 완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재는 7일 기자회견이후 곧바로 중앙선관위에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한나라당 탈당계 제출 등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권 도전의 완주 의사를 강력히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측에선 내심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이 전 총재의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결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보수 진영의 분열'이 격화되고 범여권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어 급부상하는 국면이 올 경우 이명박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이 전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한다"면서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후보 사퇴를 포함한 어떤 결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 전 총재의 출마 이후부터 26일 후보등록일까지의 지지율 변화 추이에서 이명박 후보가 어느 선에서 저점을 형성하며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과 공식적인 대선 행보로 국민들 앞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만큼 단기적 ‘바람몰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부동층들마저 대선 국면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면서 ‘창풍'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26%포인트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출마선언을 통해 ‘붐업'을 이뤄 30%대를 돌파해 이명박 후보와의 접전을 이뤄질 경우 이 전 총재의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지율 경쟁에서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를 누를 경우 한나라당내에서도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범여권 진영으로선 당장 적전분열이 일어난데 대해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1강 구도보다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의 3중 대결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BBK 문제 등 검증 포커스를 맞춰 놓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선 이회창 출마가 대선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집중력있는 공세 전략이 찻잔속 태풍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올해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40여일 남은 향후 대선판도가 어느쪽으로 요동칠지 어떻게 정리될지 하루 하루 급격한 상황전개가 주목된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