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자녀 병역기피는 또 다른 음서제다
외교관 자녀 병역기피는 또 다른 음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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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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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위급 외교관의 자녀들이 해외거주 경력을 악용해서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이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교부 6급 이상 직원 직계비속 병역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장급 외교관의 아들 이 모씨는 지난 2000년 이후 국외체류를 이유로 징병검사를 받으라는 병무청의 계고장을 받고도 귀국하지 않아 국외불법체류혐의로 고발당했다.

산하기관 모 이사장의 아들도 해외영주권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여러 차례 연기했는데 2년 뒤 37살이면 병역법에 따라 병역이 면제된다.

한국국적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외교통상부 모 국장의 아들, 국립외교원 모 교수와 이 모 씨의 아들 3명은 아예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았다.

2005년 국회가 국적법을 개정해 원정 출산자, 외교관, 상사주재원 등 부모가 해외 체류 중 출생해 외국국적을 취득한 이중 국적자는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자 하루 1백 명이 넘는 국적 포기자가 쇄도한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

그들의 의도는 간단하다.

당시 95%가 넘는 남성 국적 포기자들은 군 입대 면제와 국적을 맞바꾼 것이다.

외무공무원은 국가를 대표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특권과 꼼수를 이용해 자식에게 병역의무 면제 혜택을 주는 행위는 국가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자 자신이 도덕적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와 유명인들의 병역기피에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현역복무를 선택한 젊은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외교관들의 자제들과 달리 해외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진 입대하는 청년들이 2004년 23명에서 올해 현재 208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교관의 자녀가 아닌데도 이미 외국에서 생활기반을 닦고 장래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들은 군에 입대함으로써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을 얻은 것이다.

외교관 자녀의 군 면제 혜택은 또 다른 측면의 현대판 음서제(蔭敍制)에 다름 아니다.

음서제는 고려, 조선시대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의 공으로 과거를 거치지 않고 벼슬에 특별 채용되었던 제도이다.

몇 년 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채로 낙마한 사건이 좋은 예이다.

당국은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한 공직자를 가려내 철퇴를 가하는 한편 이러한 작태가 재발 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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