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연기금·공제회 끌어들여라”
M&A “연기금·공제회 끌어들여라”
  • 신아일보
  • 승인 2007.11.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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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풍부 재무적투자자의 지원 성공 열쇠
재계 ‘모셔오기’경쟁 속 참여 대상 고르기

인수합병(M&A)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연기금, 공제회를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 대한통운, 쌍용건설에 이어 내년 이후 시장에 나올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대우건설 등 인수 대상 기업의 규모가 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딜이다보니 자금력이 풍부한 재무적투자자(FI)의 지원 없이는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
이에따라 연기금, 공제회 등은 재계의 ‘모셔오기' 경쟁 속에서 숱한 M&A관련 투자안내서(IM)를 받아보며 컨소시엄 참여 대상을 고르는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마냥 ‘행복한 고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물의 가격 적정성, 투자대상 다양화, 심지어 특정기업 과잉 지원 논란을 피해가는 문제까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기금, 공제회 참여하면 60%는 성공
그동안 국내 M&A시장에서는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컨소시엄 참여를 선언한 10건 중 6건은 기업 인수에 성공했다.
메가딜로 꼽힌 LG카드 인수전의 경우 국민연금이나 행정공제회, 심지어 공무원연금까지 전부 신한지주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신한지주의 승리로 이어졌다.
농협은 이들의 투자를 끌어내는데 실패해 우리은행으로부터 5000억원을 대출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지만 결국 ‘딜'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 역시 교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로부터 각각 5100억, 4000억원을 끌어들이면서 인수전에 성공했다.
또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군인공제회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금호타이어 등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짝을 이룬 전략적투자자(SI)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대형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2곳 이상 참여했음에도 인수가 성사되지 못한 경우는 국민연금과 행정공제회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전을 꼽을 수 있는 정도다.
이처럼 연기금, 공제회가 M&A시장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당장 가용할 자금이 풍부한 데다 SI에 대해 경영간섭 등 무리한 요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매각자들 역시 연기금, 공제회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안전한 바이어'라고 인식한다는 것.
M&A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및 공제회 등은 투자대상 선정과정에서도 비슷한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SI들은 이들 중 한 곳만 잡으면 사실상 대형 전주(錢主)를 패키지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FI도 고민 많아
그러나 재무적투자자들도 고민이 많다. 풍부한 자금의 원천이 향후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국민 및 참여회원들인 만큼 투자대상의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은 편이다보니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공제회들의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연복리 이자와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적게는 7% 높게는 9%이상의 조달비용이 든다"며 “연 10% 수익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실제로 남는 수익은 1% 안팎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무리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대상이라도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특성상 ‘자산운용의 성격'과 어느정도 합치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불참할 당시 내놓은 이유가 바로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의 성격상 투자가 부적합하다"는 점이었다. 군인 및 교원공제회 등은 이때 과열 경쟁으로 인한 높은 매각가격을 이유로 인수전에 불참했다.
특정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을 피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특히 금호, 롯데, 두산 등 대형 매물을 인수해온 그룹들을 지원할 경우 자칫 ‘싹쓸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
연기금이나 공제회 역시 일부그룹에 지원이 몰릴 경우 높은 수익률이나 투자대상의 적합성을 감안한 결정이었음에도 불구, 의심스러운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기금이나 공제회는 항상 정부와 관련부처, 국회 등에서 투자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가 이어지는 만큼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대상이 많고 참여하라는 기업도 많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