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제, 발상을 바꿔야 할 때다
부동산세제, 발상을 바꿔야 할 때다
  • 조 원 동
  • 승인 2012.09.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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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세법전문가도 일일이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개편이 잦은 것이 세제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많은 분야가 부동산세라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변화의 빈도도 많지만, 그 내용도 온탕 냉탕을 넘나든다고 할 정도로 진폭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세목이지만, 부동산세제에서 한 가지 일관되게 지켜지는 원칙이 있다.

바로 부동산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정책의 기조이다.

실현된 이익에 과세하는 것이 조세의 기본정신이지만, 부동산은 이익 실현여부와 관계없이 재산세가 부과된다.

또한 부동산 매매차익에 과세되는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일반 소득세의 세율보다 누진도가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그 나마 다가구 주택 소유자에게는 더욱 높은 세금이 부과되어왔다.

아마도 지난 50여 년간의 급속한 경제발전과정에서 ‘부동산 소득=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나온 결과가 참여정부시절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했던 2005년 8.31대책이다.

그러나 8년여 시간이 경과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중대형 주택가격은 2007년이후 상승세가 완전히 멈춰져 있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많아 서울의 경우 5년 전에 비해 10%가량, 수도권의 경우에는 15%가량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거래마저 뚝 그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46만호를 겨우 넘겨 과거의 반 토막에 불과하다.

주택거래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부동산시장의 불황을 심각히 보아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불황은 실물경제의 위축을 넘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한해 국민총소득에 근접하는 1천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가계가 모두 빚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경제 전체로 볼 때, 가계는 빚보다 자산이 많은 상태이기는 하다.

그런데 가계보유 자산의 74%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계담보대출의 91%이상이 부동산과 연계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정부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는 하는 듯하다.

이번 정부가 마련한 2012년 세법개편안에서는 양도소득세 다주택중과제가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 정도면 지난 8.31대책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충분한가? 부동산 시장을 다루는 정책수단이 세제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얼어붙어있는 심리를 바꾸어 놓기에는 크게 역부족이다.

세제면에서 부동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더 획기적인 대책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인가? 필자는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며 또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가구단위가 줄어들고, 인구증가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급불일치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부동산투기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거래마저 끊긴다면, 부동산은 그야말로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不動産)’이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우리경제의 총체적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제는 부동산(주택) 부문을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규제해야 할 분야라는 인식에서 벋어나, 필수적인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적 투자 분야 정도로 인식하는 선상에서 새롭게 세제를 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발상 전환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적용중인 ‘주된 주택(main residence)'개념을 우리 양도소득세제에도 적용해볼 것을 제안해본다.

일정한 보유요건을 설정하고, 그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다가구 주택자에게도 1세대 1주택자에 부여되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어떤 가구라도 보유주택수에 관계없이 사실상 1호의 주택에 대해서는 해당주택의 매매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병행해서 취득세 인하 대상을 현재의 9억원이하 주택에서 그 이상의 주택 그리고 다주택자에게도 확대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거래가 없으면 취득세도 기대할 수 없으니, 차라리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지방세수 확대대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