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파수꾼 ‘엘 고어’
온난화 파수꾼 ‘엘 고어’
  • 신아일보
  • 승인 2007.10.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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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장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금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실이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 즉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세계에 전파한 공로’가 과연 노벨 평화상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노벨위원회의 미어스(Mjos)위원장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있다. 본래 노벨 평화상은 ‘형제애를 증진하고 군축과 평화회의에 기여한 인물’에 주도록 되어있는데, 근래에 들어와 평화의 개념이 인권, 환경, 빈민구제 등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평화상 선정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 대한 정략적인 압박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노력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마당이라 결과적으로 부시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이 되는 면이 없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벨상 선정과정에 무슨 의도가 개입 된 게 아니냐고 보는 건 그야말로 견강부회라 할 것이다.
또 하나, 앨 고어의 의견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졌음을 실제 통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는데... 예컨대 최근 한 일간지의 칼럼에도 소개되었던,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가 제기한 반론이 그런 내용이다.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재앙현상을 필름에 담아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는 환경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이를 경고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 북극곰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유빙조각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하고 익사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있다.
롬보르는 이에 대해 북극곰은 1960년대 5000마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2만5000마리로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반박한다. 또한 지금처럼 온난화가 진행되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00년안에 20피트 상승하고 많은 도서국가나 연안대도시들이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고어의 경고에 대해, 롬보르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남극에 더 많은 눈이 내려 오히려 남극빙하는 더 커지리라고 전망한다.
그밖에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거나 사하라사막 끝자락에 있는 Chad湖가 말라버렸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님을 들어 과도한 상상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이런저런 논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요는 지구온난화문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문제가 아니며 또한 먼 장래에나 닥칠 걱정거리정도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리라 본다. 고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영화 자체는 약간의 상상이 첨가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 시비를 건다든지 자잘한 통계자료를 들어 그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을 온당하게 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벨상위원회가 이런 정도를 분별하지 못할 리도 없다.
한가지 인간 엘 고어에 대한 느낌을 덧붙인다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자리를 코앞에서 놓쳤던 터라 회한이 많았을 텐데도, 깨끗하게 미련을 접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선 모습이 그의 듬직한 풍채와 겹쳐져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환경운동가 엘 고어가 어떤 행보를 이어 가는지 계속 지켜보자.